[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 (5) 베트남 정치, 어떻게 움직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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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서강대 교수
입력 2020-03-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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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산당 체제 속 '민주집중제'

 

[하노이 홍강 강변에서 이한우 교수]


 

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 (5) 
베트남 정치, 어떻게 움직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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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는 베트남 개혁·개방을 연구하는 최고 전문가 서강대 이한우 교수의 칼럼을 연재한다. '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는 베트남의 개혁 과정을 톺아보고 분석하며 날로 확대되고 있는 한·베트남 관계에 대한 현황을 살피고 전망을 내놓을 것이다. 이한우 교수는 서강대에서 베트남 개혁정책을 주제로 정치학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로 있다. 베트남 국민경제대학 객원연구원으로도 있었다. 그는 베트남 정치경제 개혁과정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개혁으로 인한 사회문화 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베트남 경제개혁의 정치경제>, <한국-베트남 관계 20년> 등 책과 베트남 개혁에 관한 연구 논문을 여러 편 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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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권력은 민주집중제

어느 베트남 기관에서 실질적 권력은 그 기관의 대표보다 제2인자인 공산당 간부에게 있다고 세간에 알려져 있다. 맞는 말인가? 베트남 정치의 기본 틀과 운영방식을 이해해보자.
베트남은 공산당이 통치하는 사회주의 국가다. 사회주의 체제는 경제적으로 자산 소유의 공유제에 기반하는 체제고,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이 통치하는 체제다. 정당이 한 개뿐인 것이다. 베트남에서 명목뿐인 정당이 두개 더 있었지만 1987년에 그마저도 없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이론적으로 공산당이 국가와 사회를 지도하도록 되어 있다. 공산당이 지도자 역할을 하는 것은 이들이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선봉대 역할을 수행한다는 정당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공산당 당원은 약 500만명이다. 전 인구가 9600만명이니, 전 국민 대비 당원 비율은 5% 정도다. 공산당 당원은 각 기관의 엘리트들 가운데서 추천하는 형식으로 입당하게 된다. 추천된 사람은 1년 동안 예비 당원 기간을 거치며 별 문제가 없으면 정식 당원이 된다.

공산당은 5년마다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한다. 이를 보통 공산당대회 또는 전당대회라고 한다. 당대회에는 공산당 대표자들 약 1500명이 참석해 향후 5년간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주요 지도자들을 선임한다. 공산당대회를 열기 몇 달 전에 지방 기초단위 당 조직으로부터 새롭게 지부 또는 위원회를 구성해 그 대표를 상급 당위원회에 보내고 상급 당위원회는 이들을 포함하여 대표를 뽑아 그보다 더 상위의 당위원회에 보낸다. 이렇게 하여 기초단위로부터 시작해 최상위 당대회까지 인사 추천과 의견 수렴이 이루어진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를 통해 ‘민주집중제’를 실현한다고 한다. 공산당대회가 5년에 한번 열리다 보니 수시로 제기되는 문제를 처리할 수 없기에, 공산당대회에서 대표자들은 200명 위원으로 중앙집행위원회를 구성한다. 중앙집행위원회는 위원들 중에서 15 내지 20명 위원으로 정치국을 구성하고, 그 가운데 총비서(총서기)를 뽑는다. 이 정치국 위원들이 베트남에서 최고위 인사들이다. 정치국 위원들이 국가기관의 고위직을 겸직하게 된다. 공산당대회에서 정치국 위원 서열이 발표되면, 이후에 어떤 사람이 국가기관에서 어떤 고위직을 맡게 될지 짐작할 수 있다. 서열 1위는 공산당 총비서, 2위는 국가주석, 3위는 수상(총리), 4위는 국회주석(국회의장)을 맡는다. 국가기관의 고위직 인사들은 당대회 이후 국회의원 선거로 구성되는 새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선임된다. 공산당은 이들을 추천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내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주요 정책은 중앙 행정부처가 일차적으로 담당하지만 공산당 중앙집행위원회 산하 각 위원회 및 정치국의 심의를 거치게 된다.


 

[호찌민 묘, 공산당 중앙 당사, 국회, 국가주석궁이 모여 있는 바딘 광장. 사진@이한우 2019]




국회는 제도상 '민주적' 선거로 구성

공산당대회 이후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국회의원 정수는 500명인데, 이들은 전국에서 선거구별로 직접선거로 선출된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간접선거로 구성되는 것과는 다르다. 베트남은 직접선거로 국회를 구성하기에 제도적으로는 좀 더 민주적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선거과정을 보면, 국회 상무위원회가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국회의원의 구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다. 이 의견은 공산당, 국가기관, 노동, 여성, 청년, 종교, 지식인 등 사회 각 부문의 인사들이 부문별로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선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략적 방안이다. 국회의원 후보자는 국가의 각 기관과 사회단체로부터 추천된 인사들이며 대부분 공산당원이다. 1990년대부터 자기가 스스로 후보로 나서는 자천 후보도 인정하고 있지만 매우 소수다. 이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정치사회단체의 총괄기관인 베트남조국전선이 심사를 진행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국회와 베트남조국전선 모두 공산당의 지도하에 있기에, 공산당의 의견이 선거과정에 반영된다고 할 수 있다. 선거구별 후보자는 보통 의원 정수의 두배에 조금 못 미친다. 한 선거구의 의원 정수가 두명이면 후보자가 넷 , 의원 정수가 세명이면 후보자가 다섯 명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의원 정수 대비 후보자 비율은 170% 정도다.

국민들은 베트남조국전선이 최종 선정한 후보자들 가운데 선거구별 의원 정수 내에서 찬성하는 사람에게 표를 던진다. 한국에서는 선거에서 한 명에게만 지지하는 표기를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의원 정수 내에서 복수의 후보에게 표기할 수 있다. 부재자 투표제도가 아직 없음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은 99%에 달한다. 당선자는 과반수 득표한 후보자들 가운데 다수 득표자부터 선거구별 의원 정수에 따라 정해진다. 과반수 득표를 하지 못하면 당선 자격을 갖지 못하기에, 선거구별로 의원 정수보다 적은 인원이 당선되는 경우도 있다. 국회의원에 당선됐더라도 자격이 미달한다고 판단되면 회기 중에 국회에서 면직시키는 경우도 있어, 실제 국회의원 수는 정수인 500명보다 적을 때도 있다. 국회는 선거 후 첫 회의에서 국회주석(국회의장), 국가주석, 국가부주석, 수상(총리), 장관 등 국가 주요 직위의 인사들을 선임한다. 국회가 선임하는 인원은 50명가량이며, 5년 임기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남부 지방, 빈즈엉 성 정부 청사. 사진@이한우 2015]




중앙 정치의 복사판 지방 정치

그렇다면 지방 수준에서의 정치는 어떨까? 지방은 3급으로 구성된다. 지방에는 우리의 특별시, 광역시 같은 중앙직속시가 5개 있고, 도와 같은 행정단위인 성이 58개 있다. 하노이, 호찌민시 같은 대도시는 꿘(quan), 그 산하에 프엉(phuong)을 두는데, 우리의 구, 동에 해당한다. 지방 도시지역은 성 산하에 시 또는 티싸(thi xa), 그 산하에 프엉(phuong)을 둔다. 농촌지역은 현, 현 산하에 티쩐(thi tran)이나 싸(xa)를 둔다. 3급 행정단위에 맞춰 공산당 위원회 또는 지부, 지방 의회, 행정조직이 설치된다. 국회에 해당하는 지방 기관은 인민의회이고, 지방 행정부는 인민위원회다. 인민의회 의원은 국회의원 선거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선출된다. 인민의회가 동급 인민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직위 인사를 선임한다. 인민위원회는 산하에 중앙 정부 부처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부문별 국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 3급별로 공산당 당위원회 또는 당지부가 설치되어 인민의회와 인민위원회를 지도하도록 되어 있다. 지방 간부들도 공산당 직위를 가지며 동시에 지방 국가기관의 직위를 겸직한다. 하노이, 호찌민시 같은 중앙직속시 또는 성의 당위원회 상무위원회는 비서 한명과 부비서 및 위원 여러명으로 구성된다. 당위원회 부비서 중 한명이 시 또는 성 인민의회 주석을 겸직하고, 다른 부비서 한명이 인민위원회 주석을 겸직한다. 이 구도가 기본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개혁으로 행정 권력이 강화되면서 서열이 높은 당위원회 부비서가 인민위원회 주석을 겸직하고 그보다 낮은 부비서 또는 위원이 인민의회 주석을 겸직하는 곳도 있다. 지방의 현과 싸는 규모가 작기에 보통 당위원회 비서가 동급 인민의회 주석, 부비서가 인민위원회 주석을 맡고 있으나, 지역에 따라 다른 곳도 있다. 이렇게 보면 공산당의 국가기관에 대한 지도 역할은 기본적으로 유지되고 일체화되어 있어, 이를 ‘당-국가’체제라고 부른다. 다만 개혁의 진전으로 지역에 따라 부분적으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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