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안 된다', '불매 소용없다'…텔레그램 팩트체크

류혜경 기자입력 : 2020-03-31 08:00
러시아 표현의 자유 압박에 반발해 만든 SNS, 뚜렷한 수익 모델 없어
속칭 'n번방 사건'으로 익명 SNS 플랫폼인 '텔레그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텔레그램은 높은 보안성으로 수사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어 '성 착취 동영상 공유'를 비롯해 각종 범죄에 악용돼 왔다.

반면 '생체실험'을 연상시킬 정도의 비인간적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배포한 'n번방' 참가자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면서 텔레그램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사법적 조치를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해지고 있다. 
 
◆텔레그램, 왜 그렇게 묵묵부답일까

텔레그램 창시자 파벨 두로프는 러시아의 마크 주커 버그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1984년생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다.

그는 2006년 프로그래머인 형 니콜라이 두로프를 CTO(최고기술책임자)로 해 SNS 플랫폼 브콘탁테(VKㆍVkontakte)를 열었다. VK는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최대 SNS로 자리 잡게 됐다.

두로프 형제가 VK를 떠나게 된 것은 2012년 푸틴 정부와 갈등이 빚으면서다. 푸틴 정보는 당시 반 정부 세력이 VK에서 시위 등을 모의한다며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그러자 VK는 오히려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의 협조문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버린 뒤 VK를 매각했다.

이후 두로프 형제는 VK를 판매하고 푸에르토리코 동쪽의 카리브해의 세인트키츠앤드네비스로 떠났다. 25만 달러(약 3억687만원)를 기부하고 시민권을 얻었다. 현재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최근 두바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을 만든 파벨 두로프의 모습. [사진=파벨 두로프 페이스북 ]


이런 과정 속에서 두로프가 만든 것이 바로 텔레그램이다. 두로프 형제는 VK의 성공으로 벌어들인 2조원 가량의 재산을 바탕으로 텔레그램 운영에 필요한 모든 금액을 대고 있다.

다른 수익모델은 없다. 두로프 형제는 텔레그램으로 돈을 벌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로지 고객의 메시지 전달이라는 목적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검열 받지 않을 자유'와 '개인 프라이버시 보장 정책'을 최우선에 두며 불법 촬영 삭제 요구는 받아들이지만 모든 국가들의 수사협조 요청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특성에 국내에서는 2018년 '텔레그램 망명'이 이뤄지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며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에 강력 대처하라는 주문을 하면서다. 이에 수사협조가 이뤄지는 카카오톡을 벗어나겠다는 움직임이 일며 텔레그램이 주목받았다. 

◆ 텔레그램 범죄는 못 잡는다? 실제 보안도 뛰어날까

높은 보안성으로 유명세를 얻은 만큼 텔레그램 속에서 오간 대화는 외부에서 수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텔레그램이 특별하게 보안이 뛰어나거나 그런 것보다는 개발 자체가 러시아에서 표현의 자유를 압박해서 나왔기 때문에, 수사기관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철학이 텔레그램의 보안성이 높다는 인식을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보안장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대중의 인식'이 그런 편견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장 '암호화'만 해도 마찬가지. 텔레그램에서 사용하는 암호화 기법은 국내의 대표적 메신저인 '카카오 톡'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구현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따라서 물리적인 기기를 확보한다면 수사도 가능하다. 이 교수는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 데이터를 보낼 때 사용한 PC, 스마트폰 등을 살펴보면 보통 자동로그인을 해놓는다"며 "이를 통해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5일 '디지털 성범죄 틀별수사본부' 현판식 자리에서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 수사의 열쇠"라며 "모든 불법 행위와 접촉, 흔적을 찾아 철저히 행위자를 색출하고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정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장은 "텔레그램과 관련한 범죄라고 해서 텔레그램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련한 모든 정보를 살피며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 ‘텔레그램 탈퇴 총공’ 수사협조 이끌 수 있을까

29일 온라인에는 '텔레그램 총공' 운동이 이뤄졌다. 정해진 시간에 집단으로 텔레그램을 탈퇴하며 탈퇴 사유를 통해 n번방 사건에 대해 알리고 수사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지난 25일 오후 9시 1차, 29일 2차 운동이 이뤄졌다. 실제 SNS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탈퇴 인증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텔레그램의 사업 목적 자체가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기에 탈퇴 운동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n번방 사건을 공론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한다.

텔레그램 탈퇴 운동에 참여한 30대 여성 직장인 이씨는 "이런 식으로라도 압박하다보면 언젠가는 답이 오지 않겠느냐"며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 n번방 참가자들까지 모두 처벌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텔레그램을 집단으로 탈퇴하는 것은 일종의 온라인 시위라고 볼 수 있다"며 "n번방 사건 같은 경우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는데 이런 아동 성 착취물 같은 경우 전세계에서 불법으로 다루고 있는 만큼 압력 수단으로 가치 있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텀블러 같은 경우도 음란물에 대한 규제가 없다가 바뀌었다"며 "사회운동으로 발전한다면 수익이 없는 기업이라도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SNS 텀블러는 아동 음란물 적발로 애플의 아이튠즈에서 앱이 삭제되자 2018년 음란물 콘텐츠 규제에 나섰다.
 

보안성과 무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텔레그램 홈페이지 모습. [사진=텔레그램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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