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없이 조사 받겠다"는 조주빈... 재판도 혼자 받을 수 있는지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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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진 기자
입력 2020-03-2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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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조주빈(25) 씨가 지난 26일부터 이틀 동안 변호인 참여 없이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씨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을 선임한 바 있으나, 변호인이 검찰 조사 전날 수사기관에 사임의사를 전했다. 조 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었던 법무법인은 “가족들 설명과 직접 확인한 사실관계가 너무 다르다.”며 “더 이상 변론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사임한 이유를 밝혔다.

조 씨 가족은 조 씨의 변호를 맡을 변호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호인 선임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조 씨의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한데다가 국민들의 분노가 강해 변호인이 선뜻 조 씨의 변호를 맡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실제 조 씨의 변호 업무를 맡기로 한 법무법인의 이름이 알려지자 해당 법무법인의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만약 조 씨가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다면 변호인 없이 혼자 재판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 할 수 없다. 조 씨 사건의 경우 이른바 ‘필요적 변호사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필요적 변호사건이란 변호인 없이 형사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사건을 말한다. 헌법 제12조는 “누구든지 체포나 구속을 당했다면 변호인의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적 요청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282조 및 제33조에는 형사 재판을 받을 사람(피고인)이 구속되어 있거나, 검사가 기소한 죄의 형량이 사형, 무기 또는 최저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되지만 변호인이 없는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피고인에게 변호인을 붙여줘야 한다. 만약 변호인이 없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다만 심리가 끝나 법원이 판결만을 선고할 경우에는 변호인 없이도 선고가 가능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9일 조 씨에 대해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 제작과 강제추행, 협박 및 강요, 사기와 개인정보제공,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등 7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만 해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다. 또한 조 씨는 현재 서울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결국 조 씨에게 변호인이 반드시 선임되어야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조 씨가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다면 법원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임해야 한다. 헌법에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를 국선변호인 제도라고 하는데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과거 국정농단 재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재판을 거부하며 전원 사퇴 했음에도 당시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이 새 변호인 사임을 미루자 담당 재판부가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법원이 선정한 국선변호인은 사임할 수 있을까? 국선변호인도 법에 따라 사임을 신청할 수 있다. 형사소송규칙은 국선변호인이 ① 질병 또는 장기여행으로 국선변호인의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거나 ② 피고인으로부터 폭행, 협박 또는 모욕을 받아 서로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을 때 ③ 피고인으로부터 부정한 행위를 할 것을 강요받았을 때 ④ 기타 국선변호인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사임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범행수법이 잔인하거나 피고인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는 사임할 수는 없다. 작년 4월 17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16명에게 부상을 입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인득 씨의 국선변호인이 변론 중 안 씨가 "누굴 위해 변호하느냐. 변호인이 그 역할을 모른다."며 강하게 항의하자 "저도 (변호)하기 싫어요."라고 맞받아쳐 화제가 된 바 있다.

만약 법원이 허가하면 국선변호인은 사임할 수 있다. 국선변호인이 사임하면 법원은 곧바로 다른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하고, 변호를 승낙하는 변호인이 나타날 때까지 법원의 선임 절차가 계속된다.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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