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착취 영상' 퍼뜨리는 '디스코드'... 다크웹보다 단속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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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3-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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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심위, 새 성착취 영상 유통망으로 떠오른 디스코드 단체방 폐쇄나서... 검색 불가에 따른 단속의 어려움 토로

게임 특화 메신저 '디스코드'가 텔레그램 'n번방'에 이어 성착취 영상의 은밀한 유통처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가 성착취 영상 유통을 막기 위해 미국 디스코드 본사와 협력, 17건의 단체방을 삭제 조치했지만 수백개의 불법 단체방을 없애려면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메신저 업계에 따르면, n번방 사태 이후에도 디스코드에선 수백개의 성착취 영상 유통용 단체방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적으면 수십명, 많으면 500~1000명이 참여한 단톡방을 활용해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이나 보복성 음란물 등 법적·사회적으로 용납하기 힘든 영상이 은밀히 거래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n번방과 유사한 방식으로 성착취 영상을 유통 중인 17건의 디스코드 단체방을 폐쇄 조치했다. 구체적으로 8건의 단체방은 디스코드에 요청해 삭제 조치했고, 9건은 국내에서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 조치했다. 방심위의 이러한 조치로 디스코드 내에서 최대 음란물 유통처로 꼽히던 '신화야동방'을 포함한 상당수의 단체방이 사라졌다.

하지만 정부의 모니터링이 강화되자 불법 단체방이 일반 단체방으로 위장돼 더 음지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n번방 사태 이후 디스코드 불법 단체방은 음지로 숨어들고 있다. 불법 단체방에선 n번방에서 흘러나온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과 보복성 음란물이 여과 없이 유통되고 있다.[사진=강일용 기자]


디스코드는 게이머를 위해 단체 음성통화를 제공하는 메신저 서비스다. 이후 커뮤니티성을 강화하기 위해 간이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좋은 의도로 추가한 간이 홈페이지 기능은 이윽고 성착취 영상 유통을 위한 불법 커뮤니티로 변질됐다.

디스코드 불법 단체방의 가장 큰 문제는 '적발의 어려움'이다. 불법 단체방은 구성원이 발부한 초대용 URL이 있어야만 참여할 수 있다. 검색으론 찾아낼 수 없다. 검색에 노출되지 않는 다크웹이나 다름없다. 모니터링이 강화될수록 음지로 숨어들고 이내 새로운 n번방으로 거듭나게 되는 구조다.

또 다른 문제는 '악의 평범성'이다. 모든 불법 단체방이 처음부터 불법성을 띠었던 것은 아니다. 게임 커뮤니티로 시작한 단체방에 어느 날 음란물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음란물은 어느새 성착취 영상으로 변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단체방 참여자는 성착취 영상이 심각한 범죄행위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 약 24만명의 공범자가 만들어진 원인이다.

불법 단체방에선 성착취 영상이나 보복성 음란물을 올리는 범죄자가 커뮤니티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규율 권력'을 갖게 된다. 이들은 단체방에 약간의 맛보기식 영상을 제공해 영향력을 강화하고 이내 참여자를 대상으로 불법 영상 판매에 나선다. 단체방 참여자는 더 많은 영상을 받기 위해 실제론 한 번도 보지 못한 범죄자의 말에 복종한다. '박사'라는 이름의 독버섯이 피어난 배경이다.

그렇다고 10~20대 사이에선 카카오톡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가진 디스코드를 차단할 수는 없다는 점 때문에 방심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디스코드는 방심위와 연락하며 불법 단체방 삭제에 협력하고 있지만, 텔레그램은 방심위가 불법 단체방 삭제를 요청해도 회신이 없다. 다음 날 불법 단체방이 삭제됐는지 일일이 확인해야만 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성착취 영상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신속한 조치가 중요하다. 방심위는 심의를 거친 후 삭제 또는 차단 조치를 취하는 게 원칙이지만, 성착취 영상이나 보복성 음란물 같은 심각한 범죄의 경우 심의와 함께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업체에 연락해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모니터링 결과 최근 불법 영상물 유통이 텔레그램에서 디스코드 중심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했고, 강력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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