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마저 미달···은행 자본조달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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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3-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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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銀, 3000억원 규모 발행 수요예측 결과

  • 투자심리 위축 탓…2700억 모으는데 그쳐

  • 미달 사태 지속땐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듯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 자금조달 시장이 흔들리면서 은행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내놓기만 하면 불티나게 팔려나갔던 은행의 후순위채가 사상 처음 수요예측에서 미달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 일례다. 자칫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당장 자본조달이 급한 은행들이 돈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지난 20일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 전체의 순발행액은 1조7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발행액이 3조162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준이다.

그 결과 인기상품이었던 은행 후순위채마저 수요예측에서 미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달 하나은행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27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시중은행의 채권 발행 수요예측에서 미달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B업계에서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현상 탓에 대부분 기관투자자들이 현금이나 달러만 찾으면서 조금이라도 위험 가능성이 있는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는 평가다. 회사채 중에서는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꼽혀왔던 은행 후순위채에도 여지없이 이 같은 심리가 적용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문제는 당장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게 된 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이번 후순위채 발행에서 미달액 300억원과 추가 발행액 500억원 등 총 800억원을 주관사 및 인수단에 떠넘겨 당장 자본조달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 같은 미달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 나타나게 된다면 은행 후순위채 발행을 원하는 주관사와 인수단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진=금융감독원]

이는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후순위채는 만기가 5년 이상일 경우 100%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속성 덕에 대부분 은행에서 자본조달을 위해 해마다 일정 규모씩 꾸준히 발행해오고 있다.

사실상 롤오버(Roll-Over)처럼 매년 계속해서 후순위채 발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후순위채 발생이 어려워진다면 당장 은행의 건전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당장 국내 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25%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0.16% 포인트 하락했으나 결코 낮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상당수 국내 은행이 대내외 충격에도 상당한 수준까지는 견뎌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예대마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경기위축이 장기화된다면 은행도 손실을 낼 수 있다. 이 와중에 자본조달마저 어려워진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장 문제가 없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며 "면밀한 모니터링과 만일의 사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하나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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