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점 찾을 것"...트럼프, 유가전쟁 개입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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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3-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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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사우디엔 감산 압박하고 러시아엔 제재 위협할 듯

  • 美에너지부 전략비축유 매입도 시작...총 7700만 배럴 규모

  • WTI 19일 24% 폭등 뒤 20일 아시아에서도 5% 오름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소식에 힘입어 국제유가는 간밤 24% 폭등한 뒤 20일에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가 전쟁에 따른 유가 폭락이 멈추는 신호일지 주목된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저유가가 소비자에 도움이 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전쟁과 관련해 "적절한 시기에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가 폭락이 러시아와 사우디 모두에 심각한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일종의 타협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이달 초 OPEC+ 정례회의에서 감산 합의가 결렬되자 오는 4월부터 일제히 증산을 예고하며 유가전쟁에 불을 댕겼다. 당시 러시아는 사우디가 제안한 추가감산에 반대했다. OPEC+의 양대 축이 등을 돌리면서 이달 말로 OPEC+의 기존 감산합의 역시 종료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검토 중인 개입 방식은 사우디에 감산을 압박하고 러시아 제재를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채널을 통해 사우디에 산유량을 종전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사우디는 4월부터 산유량을 일일 970만 배럴에서 1230만 배럴로 늘리고 생산능력을 1300만 배럴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러시아에는 제재 카드로 위협하면서 사우디가 산유량을 제한해도 러시아가 쉽게 반사이익을 입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유가 폭락으로 인한 셰일업계 고충을 듣고 미국 전략비축유를 대규모로 구입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부는 19일 원유 3000만 배럴 매입에 돌입했으며, 앞으로 4700만 배럴을 더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1970년대 중동의 석유 금수조치에 유가 급등을 경험한 뒤 심각한 공급 차질에 대비해 약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석유를 비축해두고 있다. 7700만 배럴은 평시에 미국이 약 3.5일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양으로 추산된다. 

유가 폭락으로 위기에 몰린 미국 석유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에 유가전쟁 개입에 나서도록 로비를 벌여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침체 공포와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전쟁이라는 겹악재에 WTI는 18일 20달러 붕괴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유가 폭락을 막기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19일 WTI는 23.8%(4.85달러) 폭등한 25.22달러에 거래를 마친 데 이어, 20일 아시아 시장에서도 5% 넘는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배럴당 27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시장 불안을 부채질하던 유가 폭락이 진정되면 시장 변동성도 다소 잦아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원유 수요 침체로 인한 펀더멘탈 위기를 거론하면서 유가 안정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는 20일 투자노트를 통해 "미국의 조치들은 단기적으로 유가를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둔화를 상쇄하기엔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로 일일 수요가 800만 배럴 줄어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TD증권의 바트 멜렉 상품 전략부문 책임자 역시 블룸버그에 "사우디가 산유량을 줄여도 큰 효과가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엄청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직 (유가하락이) 끝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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