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집안 한가득 택배 상자가 유통업계 대변혁 시그널일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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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20-03-1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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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충범 산업2부 기자

몇년 전쯤부터 집으로 배달되는 택배 상자가 쌓여가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마다 "내가 상품 주문을 이렇게 많이 했나?"라고 되뇌었을 뿐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식료품, 생활용품, 의류 정도가 전부였을 뿐 상자 안에 뭔가 기막힌 상품들은 담겨 있지 않았다. 그렇게 택배 상자는 시간이 지나면 쌓이면 쌓였지,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같은 현상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유통시장 변화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나도 모르게 유통업계 대변혁의 흐름에 녹아든 것이다. 돌이켜보면 택배 박스가 쌓여가는 만큼 마트나 백화점으로의 발길은 부쩍 줄어든 것 같다.

최근 국내 대형 유통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오프라인 유통 위기 현실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업체들은 1인 가구 증가, 비대면 소비심리 확산, 실물 경제 침체 등 저마다 심도 있는 분석을 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오프라인 유통업계 위기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더욱 명확히 드러나는 측면이 있지만, 근본적 원인은 온라인 시장의 약진에 있다.

온라인 시장은 기존 오프라인 시장과 비교해 대체 불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모바일로 간편하고도 빠른 주문이 가능하다. 상품 선택은 그야말로 쇼핑의 시작인데, 이 초기 단계부터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뿐만 아니라 상품 가격도 어지간하면 오프라인에 비해 저렴하고, 이마저도 고객이 실시간으로 비교해 원하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마트 및 백화점에서도 가격 비교를 통해 구매할 순 있겠지만 엄청난 발품이 동반돼야 한다.

온라인은 취급 상품 수도 오프라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현재 소비자 입장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비교하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할 정도다. 온라인이 소비자의 니즈에 더 적합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만약이란 가정이 의미는 없지만 오프라인 업계가 온라인과의 성역을 굳이 나누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또 모바일을 적극 활용하는 소비자들을 보면서 온라인의 뛰어난 편의성을 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였다면, 아니면 모바일 결제 확산, 전자 상거래 시스템 구축 등 적극적으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했다면.

아마도 오프라인 업계는 새로운 유통 콘텐츠를 확보하고 혁신 속도를 높여 최근 들어서야 강조하기 시작한 '디지털 전환'에 보다 안정적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또 다른 형태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몇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돼온 온라인 대변혁으로의 전조증상을 미리 캐치하고 지속적으로 대비했다면 결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유통업계가 찾아야 할 해답은 소비자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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