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유튜브] 맨박스(MAN BOX)를 뚫고 나온 유튜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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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0-03-1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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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는 이 시대 '빌리'들을 위한 공간

  • 전통적 남성성에서 벗어난 콘텐츠 인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인공 빌리는 체육관에서 우연히 본 발레에 푹 빠지게 되는 남자아이다. 하지만 빌리의 아버지는 "발레는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권투 대신 발레를 하는 빌리에게 크게 화를 낸다.

우리 주변에도 '빌리'들이 살고 있다.

터프함, 강인함, 묵묵함 등 표준으로 요구되는 남자다움을 벗어던지는 남성들이다. 규정된 틀을 과감하게 던져버린 남성들이 유튜브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 관습적 여성성을 타파하는 움직임처럼 남성 역시 고정된 성 관념을 허무는 '신남성성'이 유튜브에 등장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6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표한 15~34세 남성 외모 관리 실태 및 인식 조사 발표에 따르면 남성 10명 중 7명 이상(77.6%)이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외모 관리 콘텐츠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특히 만 15~18세 남성의 경우, 관련 콘텐츠를 하루에 한 번(17.3%)은 본다고 말했다. 미국 사회운동가 토니 포터가 규정한 '맨박스(MAN BOX)', 즉 남성은 터프하고 강인해야 한다는 기존 관념이 허물어지는 추세다.

'고데기', '비비크림' 등도 더는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구시대적 남성성을 탈피한 남성 유튜버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과 손기술을 '빌리'들과 공유한다. 머리를 말리더라도 수건을 돌돌 말아 탈탈 털어 말리던 과거 남성들과 다르다. 머리카락 뿌리 볼륨 살리기부터 앞머리 컬 넣기까지 두꺼운 손으로 누구보다 세심하게 머리 모양을 만든다.

대표적으로, 유튜버 '금강연화'는 남성을 위한 머리 손질 방법과 메이크업 등을 알려주고 있다. 매번 똑같은 머리 스타일에 질린 남성들에게 '금강연화'는 일종의 교과서인 셈이다. 12일 현재 구독자 53만명에 달하는 그의 채널에서 조회수 100만회를 넘긴 남자 헤어 영상만도 20개가 넘는다.

패션도 예외는 아니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그루밍족'이 늘어나면서, 남성 패션 유튜버들도 인기를 끈다. 유튜버 '깡스타일리스트'는 본인의 채널을 '관리하는 남자들을 위한 장소'라고 설명한다. 그는 피부 색조에 어울리는 옷 색깔부터 체형별 청바지 등을 알려주며 12일 현재 4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꾸미는 남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맨박스에 갇혀 있다. 남성 뷰티 크리에이터 후니언은 한 인터뷰 영상에서 "남자가 무슨 화장을 하느냐"는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10년 전 테드(Ted) 강연에서 미국 사회운동가 토니 포터는 "우리가 남자다움으로 알고 있는 것을 해체하고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10년 후 그의 말대로 맨박스를 벗어던지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10년 전 그대로는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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