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는 범죄자 아냐…‘낙인’ 없어야”

김태림 기자입력 : 2020-03-11 08:31
확진자 이동 행위 자체 비난글 난무 “확진자에 대한 비난, 의심환자 숨게 만들어” “합리적인 정보 공개 기준 마련해야”

코로나19 확진자 2명 나온 서산시 방역 총력. [사진=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들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심적 불안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이들에 대한 동선을 비롯해 일부 개인정보가 공개돼 네티즌들의 악플에 시달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이동경로로 가장 논란이 심했던 3번 확진자의 경우엔 정신의학 치료까지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와 전문가들은 확진자에 대한 침해, 비난, 조롱 등은 의심환자가 검사를 기피하게 만들어 되레 방역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확진자의 이동 경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한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시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를 공개한다’는 원칙에 따라 공개된다. 질병관리본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 경로와 방문 장소 등을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대별로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제공된 정보를 두고 ‘몸이 이상하다고 느꼈는데도 돌아다닌 무개념자’라는 식으로 확진자들의 이동 행위 자체를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거나 이를 토대로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자신의 코로나19 감염보다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을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보 공개의 세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확진자 개인별로 방문 시간과 장소를 일일이 공개하기보다는 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시간별로 방문 장소만을 공개해 확진자의 내밀한 사생활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동시에 해당 장소의 소독과 방역 현황 등을 같이 공개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바이러스 잡는 일이 아무리 급하다 해도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보는 방역에 꼭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공개돼야 한다”며 최 위원장의 말을 거들었다.

정부는 확진자를 향한 비난과 인신공격 등은 결국 방역활동을 방해해 모두의 피해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지난 10일 정례브리핑에서 “확진환자의 동선 공개는 추가 감염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이지만 이를 통한 과도한 사생활 침해, 비난, 조롱 등은 의심환자가 검사를 기피하게 한다. 이는 결국 방역활동을 더욱 어렵게 해 우리 모두의 피해로 다시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 혐오를 삼가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유명인들이 확진자에 대한 대중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효진 가톨릭관동대학교 의학과 교수는 “확진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확진자가 범죄자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 등이 나서서 확진자가 내 가족이고 이웃이란 점, 그리고 그들이 감염되고 싶어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설명하는 활동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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