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품는다...인수가 기존보다 대폭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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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0-03-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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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항공 2일 오전 이사회 열고 이스타항공 SPA 양해각서 체결

  • 인수가 희망액 695억 보다 대폭 낮아져...업황 어렵지만 대승적 판단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예정대로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한다. 다만 인수 가격은 지난해 12월보다 이스타항공의 기업가치가 대폭 낮아진 점을 감안해 절반 가격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일 이사회를 열고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여부를 결정하고 공시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당초 계획대로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주식수는 497만1000주로 지분비율은 51.17%다. 경영권도 확보하는 조건이다.

다만 인수 희망액은 695억원의 절반가인 300억원대 까지 제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사 등을 통해 파악한 이스타항공의 기업 가치가 코로나19로 인해 대폭 낮아지면서 임직원 임금과 국민연금을 연체할 정도로 적자 규모가 심각한 상황이란 판단에서다. 지속된 업황 악화로 제주항공도 지난해 329억원의 적자를 냈다. 기존 금액으로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에 인수가격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인수 체결금액은 절반까지는 아니어도 대폭 낮아진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도 더이상 출구가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낮아진 인수금액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이 지속될 경우 항공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개정된 항공사업법에 따라 사업개선 명령 후 2분의 1 이상 자본잠식이 2년 이상 지속되면 정부는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은 2011~2016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였고, 2017년(70.7%), 2018년(47.9%)엔 부분 자본잠식 상태를 지속 중이다. 올해 1분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더욱 심각할 전망이다.

그동안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불발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LCC사장단이 정부에 긴급건의문까지 보내는 등 인수 철회가 예상됐지만, 제주항공이 항공산업 발전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또한 앞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나섰던 바 있어, 이스타항공 인수까지 불발될 경우 기업 가치와 신뢰도에 악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되면 이스타항공은 밀린 임직원 임금과 국민연금 등 유동성 위기에 숨통이 다소 트일 전망이다. 인수합병 전이지만 양사는 공동경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대폭 감소하자 일부 노선을 통합 운영해 비용절감을 하고 있다. 양사 간 인수가 체결된다면 유휴 노선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이스타항공의 실적악화가 심각한 수준인 만큼 대규모 체질 개선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자금이 수혈된다 해도 운항직을 제외한 직원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향후 체질개선의 키는 제주항공의 지주사인 애경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성훈 상무가 쥘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2일 오전 이사회가 계획돼 있는 것은 맞지만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 예상할 수 없다"면서 "매수자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저렴하게 사려고 낮아진 가격을 제시하겠지만 이스타에서 동의를 해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도 "인수가격을 발설할 경우 공시법 위반이 되기 때문에 사전 공지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SPA 체결 시한을 연장했다. 지난해 12월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기한은 지난달 29일이다.
 

[사진 = 제주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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