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씨모텍 주주들 승소 확정…증권집단소송 도입 후 첫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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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2-2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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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장비 업체 씨모텍의 주주들이 낸 집단소송이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됐다. 국내에 '증권집단소송제도'가 2005년 도입된 이후 대법원에서 본안 판단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7일 씨모텍 투자자 이모씨 등 186명이 DB금융투자를 상대로 낸 증권 관련 집단소송에서 이씨 등에게 14억55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날 대법 확정판결의 영향이 미치는 인원은 총 4972명에 달한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일부 피해자가 대표 당사자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효력이 미치는 구조다. 투자자가 소송에서 제외되길 원하지 않는다면 한 집단소송의 효력이 자동으로 미친다. 사실상 모든 투자 피해자들이 소송 결과에 따라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씨 등 주주들은 지난 2011년 1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씨모텍이 발행한 주식을 취득했다. 그러나 씨모텍은 유상증자 이후 발생한 대표의 횡령·배임, 주가조작 등의 악재가 겹치며 같은 해 9월 최종 상장폐지 됐다.

이에 이씨 등은 유상증자 당시 대표 주관사 겸 증권인수인인 DB투자증권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라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 등은 “투자설명서와 증권신고서에 분석 의견을 내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관해 거짓 기재를 했다”며 "씨모텍의 최대 주주 나무이쿼티의 차입금 220억원이 자본금으로 전환됐다고 거짓 기재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1·2심은 DB투자증권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책임 비율을 10%로 제한해 14억5500만여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책임비율은 유상증자 후 씨모텍의 주가가 전적으로 증권신고서 등의 거짓기재로 인해 하락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고가 입은 손해의 상당 부분은 나무이쿼티 측의 씨모텍 자산에 대한 대규모 횡령, 배임 행위로 발생했다는 이유로 10%로 제한됐다.

이에 원고와 피고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 판결은 처음이지만 그 외 사례는 이미 있다. 2017년 7월에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샀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낸 집단소송에서 1심판결 이후 항소가 없어 승소 확정된 바 있다. 

그러나, 증권집단소송의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집단 소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법원 소송허가를 받는 데만 수년이 걸리는 등 어려움이 있다. 이는 증권집단소송 도입 당시 소송이 무분별하게 제기되는 남소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지만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백주선 법무법인 융평 변호사는 “그동안은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 판결로 금융소비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소송요건을 판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본안으로 들어가는 사건 비율도 낮아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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