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민정 크레파스솔루션 대표 "청년들 금리소외 없애고 착한 금융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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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2-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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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2P기반 대출 플랫폼 '청년 5.5'

  • 금융소외층에 대안신용평가 적용

  • 연금리 5.5%…500만원 이하 소액

  • 연말까지 20억 수준으로 확대 계획

  • 교육·주거지 지원 플랫폼도 목표

금융(金融)은 금전을 융통하는 일을 뜻한다. 경제 활동자에게 꼭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제반의 업무가 금융업의 본질이라는 의미다. 

실제 금융업의 발전은 크레딧(credit·신용) 제도의 발달과 그 궤를 같이한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담보·보증인이 없으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웠다. 그러다 신용평가모델이 도입된 이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신용평가제도가 더 넓은 금융시장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신용평가 탓에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모델이 극도로 발전하면서 일부 우량고객을 제외한 상당수 고객을 '위험 고객'으로 분류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금융거래 이력이 많지 않은 주부와 청년을 대표적인 희생양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적당한 금리의 대출을 받으면 성실히 갚을 능력과 의지가 충분하더라도, 기존 신용평가모델은 이들의 신용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위험 고객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6년 출범한 핀테크 기업 크레파스솔루션은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기존 금융권의 벽에 막혀 좌절한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 신용평가 방식을 통해 대출이 거절된 청년들이 정말로 대출을 갚아나갈 능력과 의지가 충분한지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이들에게 금융을 제공할 금융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민정 크레파스솔루션 대표의 생각이다. 

"기존 금융사의 신용평가모델은 사실상 우량 고객 사이에 혹시 숨어있을지 모르는 불량 고객을 걸러내기 위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불량 고객으로 분류됩니다. 청년들이 돈을 안 갚고 약속을 안 지켜서 불량 고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빌린 적이 없어서, 아직 약속한 일이 없어서 신용이 낮아집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금융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금융사 이름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크레파스솔루션'이라는 사명에서부터 이 같은 생각이 묻어난다. 크레파스솔루션이라는 사명에는 중의적인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크레딧(신용) 패스(pass·통과) 솔루션(solution·해법)이라는 의미로, 신용평가 통과 해법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기존 신용평가모델에서의 통과 해법을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찾아보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두 번째로는 크레파스 자체의 의미가 강하다. 어렸을 때 색색으로 자기 꿈을 그렸던 첫 도구인 크레파스의 의미에 주목한 것이다. 

"크레파스가 여러 색을 뭉쳐 놓으면 검다. 사실 지금 우리가 청년들을 뭉쳐놓고 검다고 하는 것 같다. 크레파스처럼 형형색색의 꿈을 잘 구분해 놓으면 청년들의 가능성을 자세히 살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크레파스라고 사명을 결정했다." 

 

김민정 크레파스솔루션 대표.[사진=크레파스솔루션]

크레파스솔루션은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한 개인간 거래(P2P) 기반 대출 플랫폼 '청년 5.5'를 운영하고 있다. 연 5.5%의 중금리로 소액(500만원 이하)대출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기존 금융사에서는 거래 실적이 없어 대출이 거절되거나 법정최고금리인 24%에 가까운 고금리를 감당해야하는 청년들에게 대출 대안처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1월 시작한 '청년 5.5' 플랫폼 이용 고객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회원 가입자(대출자) 수는 6530명이며, 대출 규모는 3억4400만원 수준이다. 연체율도 매우 우량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올해 말까지 청년 5.5의 대출 규모를 2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크레파스솔루션은 대안신용평가에 대한 기술력을 축적한 덕에 청년 5.5와 같은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다. 김 대표를 필두로 크레파스솔루션의 주요 멤버는 파이코 코리아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축적한 베테랑이다. 파이코는 사실상 현재 글로벌 신용평가모델의 표준을 확립한 회사다. 기존 신용평가모델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에 그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신용평가를 속도감 있게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기존 신용평가모델 고도화를 계속했기에 대안신용평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어떤 정보를 모아서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할수록 대출이 거절되는 사람이 늘어나더라고요. 누구나 자기 신용에 맞게 필요한 만큼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신용평가 일을 해왔던 건데, 사실은 거절하는 일을 한 것이었습니다. 기존 금융사 입장에서 수익이 많이 나지 않더라도 소비자에게는 꼭 필요한 중금리 대출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플랫폼까지 운영하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기존 신용평가 체계에서 청년에 대한 금융소외 현상이 너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금융 경험이 없는 상당수 청년들이 TV 광고만 보고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거절을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부분 청년이 3~5% 금리를 생각했다가 결국 20%가 넘는 고금리를 쓰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거절됩니다. 청년이 적당한 금리로 대출을 받아서 꿈에 한발 다가가게 된다면, 그게 금융이 할 수 있는 사회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올해 청년 5.5의 대출 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대안신용평가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금융사와 손을 잡고 해외 주재원이나 현지인을 대상으로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크레파스솔루션은 장기적으로 소셜 임팩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임팩트(Impact) 금융은 재무적 수익과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른바 '착한 금융'을 의미한다. 요즘 시대에 청년이 성장해 꿈을 이뤄가기 위해서는 금융뿐 아니라 교육이나 주거지 등 필요한 것이 많다. 크레파스솔루션이 교육·주거지 문제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다른 임팩트 업체와 연계해 청년들을 위한 원스톱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다는 목표다. 

"금융이라는 부분은 임팩트를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청년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금융이 필요한데 그 부분은 우리가 잘 할 수 있으면 좋겠고, 금융 외 다른 영역의 임팩트 업체랑 연계하면 점점 더 청년들에게 유리한 금융·생활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민정 크레파스솔루션 대표.[사진=크레파스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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