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우리 언제쯤 결혼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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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0-02-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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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후베이성 주민 인터뷰..."코로나19 때문에 결혼식 연기"

  • "3월말 결혼식 예정...또 미뤄지면 화상 결혼식도 고려중"

​"2월 1일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중국 전역을 강타하면서 결혼식이 연기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어 매우 답답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 '봉쇄령'이 떨어진 지 한 달째인 지난 23일, 후베이성 황스(黄石)시에 꼼짝없이 갇혀 있는 정(郑)씨는 이같이 말했다. 깊은 한숨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까지 들렸다. 우한의 작은 약국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정씨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보내러 고향인 후베이성 황스시로 내려왔다가 봉쇄령으로 현재 의료 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2월부터 우한에 보금자리를 마련해놓고 여생을 함께 보낼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면서 "하지만 춘제 하루 앞둔 24일 우한에 봉쇄령이 내려져, 우한은 물론, 인근 도시는 순식간에 유령 도시로 변했다. 신혼여행은 물론, 달콤한 신혼이 한순간 사라져버렸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번지자 우한시에는 지난 달 23일 '봉쇄령'이 떨어졌다. 신중국 70여년 만에 사상 초유의 사태다. 시내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물론 도시 밖으로 나가는 고속철, 항공편, 선박까지 모두 끊겼다. 우한 바깥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검문소가 들어섰다.

이후 중국 당국은 차례로 후베이성의 모든 도시도 봉쇄령을 내렸다. 중국 내 누적 확진 환자가 1000명 가까이 치솟자 다른 지역으로 감염 확산을 막는다며 내린 '최후의 수단'이었다.

중국 당국의 사투 끝에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꺾인 듯 보이지만 6000만명에 달하는 후베이성 주민들은 현재까지도 '가택 연금'을 기약 없이 계속하고 있다. 

정씨는 "봉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면서 "현재 3월말에 결혼식을 다시 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안되면 화상 결혼식을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온라인 생중계로 결혼식을 올리고 결혼증 발급을 추후에 한다는 얘기다.
 

코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에서 16일 의료진이 새로 입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중국에서 코로나19의 여파로 결혼식을 자진해서 미루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결혼식을 미루고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전념하던 20대 의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도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중국 관영언론인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우한시 장샤(江夏)구 제1인민병원 호흡·중증의학과 의사 펑인화 씨가 코로나19에 감염돼 20일 오후 진인탄(金銀潭)병원에서 사망했다. 

펑씨는 지난 1일 2년 전 결혼한 아내와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결혼식을 연기하겠다"고 결심했고, 예비 신부의 양해 속에 방역 최전선에 나섰다. 

그는 밤낮없이 환자 치료에 매달리며, 거의 한 달간 격리병동을 지켰다. 하지만 펑씨는 춘제 당일 기침과 발열 증상을 보이면서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증세가 악화해 지난달 30일 진인탄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한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4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만7150명, 사망자는 2592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사이 확진자가 409명, 사망자는 150명 늘었다. 지난 18일(1749명) 이후 닷새 연속으로 신규 확진자 수는 1000명을 밑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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