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피한 고유정…“의붓아들 살해 혐의 증명안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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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2-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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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0일 살인 및 시체손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다만, 의붓아들 살해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 남편인 피해자를 면접교섭권을 빌미로 유인, 졸피뎀을 먹여 살해하고 시신을 손괴·은닉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어떤 연민이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고씨는 2019년 5월 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미리 준비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음식물에 희석해 전 남편에게 먹인 뒤 그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지난해 3월 2일 고씨의 의붓아들이 질식해 사망했다는 점이 추가로 알려지며 고씨는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추가기소 됐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고유정이 엎드려 자고 있던 피해자(A군)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 판단했고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고씨에 대해 재판부에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고씨는 전남편이 성폭행을 하려고 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일관되게 반박하면서 의붓아들 살해혐의에 대해서는 “목숨을 걸고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정해왔다.

이날 재판부는 우선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지만 그 사이에 모순이 없어야 하고 과학법칙에 부합돼야" 할 뿐만 아니라 "여러 사실이 병존할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면서 전 남편 살해혐의는 인정되지만 의붓아들 살해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붓아들이 같은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왜소하고 감기약의 부작용으로 수면 유도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이유로 숨졌을 가능성 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현남편의 모발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으나 고유정이 먹였다고 확증할 수 없다" 의붓아들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증거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의붓아들 사망 일주일 전 고씨가 현 남편과 싸우다가 “음음…. 내가 쟤(의붓아들)를 죽여버릴까!”라고 말한 녹음파일과 그 직전 인터넷을 통해 '베개로 노인과 어린이의 얼굴을 눌러 질식시켰을 때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내용을 검색했다는 사실 등 '정황증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끝내 재판부를 설득하진 못했다. 결국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법정에는 일부 방청객의 작은 탄식이 있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의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지난해 6월 1일 체포당시 고유정의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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