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참견] 오스카와 '기생충', 굉장히 상징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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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02-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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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상징적이네요."(극 중 기우 대사)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열기는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4관왕 수상 소식에 감격한 건 한국 관객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까지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앞서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부터 미 비평가 협회(외국어 영화상), 뉴욕필름 비평가 온라인 어워즈(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LA 비평가 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을 잇달아 수상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화제가 되었던 건 아카데미다. 지금까지 아카데미의 견고한 장벽을 무너뜨린 작품은 없었기에 '기생충'이 주요 부문 노미네이트 소식만으로도 엄청난 화제가 됐었다.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주연 배우들[epa=연합뉴스]


아카데미상은 MGM의 설립자 루이 버트 메이어가 설립한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 AMPAS)의 회원들이 그해의 영화들 중에서 투표, 선정하여 시상하는 상이다. 기본적으로 할리우드 영화가 대상이나 현재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영화 시상식이다. 미국 내에서도 영화 관련 시상식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중요하며 권위 있는 시상식. 영화인들이 가장 탐내는 상이기도 하다. 거기에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만 AMPAS 회원이 될 수 있어서 '영화인에 의한, 영화인을 위한 상'이라고 불릴 정도. 그러나 그 명성에 비해 아카데미는 '영미 영화 판' '지역 영화제' '그들만의 리그'라 불리며 놀림당해왔다. AMPAS 회원(8000여 명) 역시 대다수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이제까지 외국 영화가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린 이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 영화 팬들도 이 부분을 가장 아쉽게 생각해왔다. 그들은 "아카데미는 다양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오스카의 변화'를 기다린 건 아카데미였다. 외국어영화상 부문을 국제장편영화상으로 카테고리를 수정한 것도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차근차근 변화를 모색하고 준비해왔던 아카데미에 '기생충'은 시의적절하게 찾아온 선물 같은 작품이었을지 모르겠다.

평소 사회 운동에 앞장섰던 할리우드 배우 제인 폰더가 시상자로 오른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었다. 그는 시상 전 "아카데미는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굉장히 상징적인" 대목이었다. 이렇듯 '기생충'은 한국영화계에도 꽉 닫혀있던 미국영화계에도 엄청난 변화를 안겨줬다. '기생충' 4관왕에 해외 팬들이 더욱 열광하는 건 앞으로 시작될 '변화'와 '다양성'의 기대로 보인다. 92년 만에 찾아온 변화. '기생충'으로 시작될 또 다른 상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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