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이 사기당한 사건?… 조급한 검찰의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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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2-1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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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건에서 가장 많은게 원금보장과 수익률 약정이다. 조범동이 정경심에 원금보장과 수익률을 약정한거라 파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속행 공판에서 검찰은 이같이 밝혔다. 핵심쟁점으로 다퉈지고 있는 '투자'와 '대여'를 두고 재판부가 투자라고 보는 증거가 무엇인지를 물어본 직후였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투자했다고 (검찰이 주장) 했는데, 수익분배비율과 지분이 얼마나 되는가"라고 물었다. 검찰은 그간 5촌 조카인 조범동씨가 '투자'라고 말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비전형적인 투자"이기 때문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대답이다.

특히 재판부는 "조씨가 수십번도 넘게 투자라고 했는데 왜 비율은 왜 묻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이에 검찰은 "사기사건에서 가장 많은게 원금보장과 수익률 약정이다. 조범동이 정경심에 원금보장과 수익률을 약정한거라 파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이 같은 해명이 오히려 정 교수 측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의 답변을 들은 재판부는 "민사재판에서는 당사자 입장에서 투자와 대여를 많이 다투는데, 원금보장과 수익보장은 대여로 본다. 검찰이 이를 뒤집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아주경제신문은 정경심 교수가 5촌 조카에게 5억원을 건내며 차용증을 받았다는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차용증의 존재를 5억원의 성격을 ‘대여금’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결정적 증거로 보고 있다.

이날 재판부의 주문은 사실상 차용증을 뒤집을 증거를 내달라는 취지로 보인다.

이에 검찰은 "투자와 대여 평가 부분은 기존 민사와 형사판례를 분석 중이다"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이같은 민사소송에 밝은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사법연수원 44기) "5억원 정도의 현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보통 더 높은 이자 또는 수익을 받고싶으면 소비대차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소비대차계약서를 쓰는 순간 더 높은 수익 또는 이자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2018년 1월 정 교수가 해외 출장에서 귀국한 날 꾼 꿈의 내용을 기록한 메모도 제시했다.

당시 메모에는 구체적으로 "땅바닥에서 죽은 줄 알았던 물고기 두 마리를 혹시나 해서 어항에 뒀더니 살아 돌아다니더라. 이 두 마리의 의미가 뭘까", "○이(정 교수의 아들) 로스쿨? 아니면 투자? 코링크에 투자한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아들은 로스쿨에 합격하고, 딸은 의사 공부 잘 마쳤으면 좋겠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단순히 돈을 대여해 준 사람이 이런 메모를 남긴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피고인의 사모펀드 비리와 자녀에게 부를 대물림하려는 시도를 증명할 단서"라며 "피고인은 이같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범행수단을 활용했고 이 메모는 곧 범죄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렇게 일기까지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긴 것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탐색적·포괄적 증거 수집을 금지한다"며 "요즘처럼 디지털 증거가 압수되면 속되게 말해 한 사람 인생이 털리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반발했다.

한편 정 교수의 재판부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변경된다. 앞서 공소장 변경 불허, 동양대 컴퓨터 포렌식 자료 열람등사 등 재판부와 부딪힐 때마다 고성으로 일관했던 검찰도 이날은 "피고인이 구속된 사건인 만큼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재판 갱신절차를 협의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보석과 관련해 송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바뀌는 시기에 저희가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정 교수 측에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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