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반려동물 돌보며 출퇴근 내 맘대로"…강제 워라밸 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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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2-1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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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휴무 후에도 재택근무 유지

  • 회사에 10분 보고 뒤 자율 근무

  • "자가용 없으면 출근 안해도 돼"

강제 휴무 조치가 종료된 직후인 지난 10일 베이징의 대형 오피스 빌딩 내 한 사무실 전경. 코로나19 감염 예방법이 적힌 인쇄물이 붙은 사무실에 일부 직원만 출근해 근무 중이다. [사진=신화통신 ]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강제 휴무 조치가 종료됐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무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다보니 직원들은 비교적 편한 환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됐다.

바이러스가 중국 직장인들에게 강제적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선사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13일 광저우일보 등에 따르면 광둥성 광저우의 한 무역회사는 전체 업무의 95%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가 끝난 뒤에도 지난 9일까지 강제 휴무 조치를 실시했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10일부터 정상 출근이 가능해졌지만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 체제를 풀지 않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교차 감염 우려가 여전한 탓이다.

해당 무역회사 역시 전체 직원 500여명 중 구매와 연구·개발, 창고 관리직 등을 제외한 330명이 아직 재택근무 중이다.

매일 아침과 저녁에 10분씩 음성으로 업무 보고만 하면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다.

베이징의 한 정보기술(IT) 기업은 시무식도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다. 700여명의 직원 대부분이 사내 인트라넷과 전자결재 시스템을 활용해 업무를 본다.

회사 관계자는 "사무실로 나오지 않아도 되니 어떤 직원은 커피를 마시거나 컵라면을 먹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며 "업무를 보는 중간에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돌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이들은 여전히 방학 기간 중인 만큼 자녀의 책상을 빌려 근무하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인 쑤닝은 출근을 시작한 일부 직원들에게 도시락을 싸올 것을 권했다. 바이러스 전염을 우려해 구내식당 운영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소규모로 조를 짜 지정 식당을 이용하는 직원에게 식비를 지원하고,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때를 대비해 전자레인지도 추가 배치했다.

출근하는 직원이 워낙 적다보니 오피스 빌딩과 인근 거리가 붐비는 경우는 드물다.

광저우 국제금융센터 내 입주 기업에서 일하는 한 여성 직원은 "지난 10일부터 오전 8시 반에 출근하고 있는데 3일 연속으로 엘리베이터를 나 혼자 이용했다"며 "평소와 달리 전혀 혼잡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동차나 가전제품에 쓰이는 공기 압축기를 생산하는 국유기업 완바오(萬寶)는 집이 멀어 도보나 자전거로 출근하기 어렵거나, 자가용이 없는 직원은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근무하라고 통보했다.

한 중국 소식통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996 근무제(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근무)'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시끄러웠는데 올봄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직장인들이 워라밸을 체험 중"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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