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뽑은 별별 명장면] '기생충' 엔딩신, 창작자로서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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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02-1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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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감독이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들이 직접 고른 명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감독이 기억하는 장면 속 특별한 에피소드와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다. 106번째 주인공은 영화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이다.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5월 개봉한 영화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해외 독일, 체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싹쓸이한 '기생충'은 기세를 몰아 미 비평가 협회(외국어 영화상), 뉴욕필름 비평가 온라인 어워즈(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LA 비평가 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을 이어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서 외국어영화상·각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대망의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최고 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각본상·국제 영화상까지 4관왕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영화 말미를 보고 울었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기분이 좋더라고요. 감정을 같이 나눈 거니까요. 영화 전체적으로 그런 슬픔이 깔려 있잖아요."

봉준호 감독은 영화의 엔딩을 두고 깊은 여운을 느끼는 듯했다.

그가 언급한 장면은 기우가 박 사장의 저택에서 빠져나와 반지하에 남게 되는 모습을 담은 엔딩신이다. 기우는 박 사장의 저택 깊숙한 곳에 숨어버린 아버지 기택을 떠올리며 먹먹한 감정을 느낀다. 그는 기택을 위해 모스부호로 편지를 써 내려간다. 언젠가 돈을 많이 벌어 저택을 사들이고 아버지를 자유롭게 해주겠노라고 당차게 약속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반지하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의 흐름도 엔딩도 솔직한 대면이라고 생각해요. 현 상황 또는 시대 모습과 솔직하게 마주하는 거죠. 물론 마지막에 약간의 희망을 이야기하긴 하는데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그것도 슬퍼요."

많은 관객이 해당 장면을 보고 눈물을 보인 건 기우의 계획이 곧 실패로 돌아가리라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기택은 "계획에 성공하는 방법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실제로 그는 '무계획' 덕에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반대로 기우는 "돈을 많이 벌겠다"며 당찬 계획을 세운다.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여 씁쓸한 끝 맛이 남는다.

"전 그걸(씁쓸함을) 머금고 영화가 끝내길 바랐어요. 어찌 보면 그게 시대를 드러내는 창작자로서 솔직한 태도라고 생각했죠. 직접적인 희망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실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느낌은 들어요."

영화의 마지막에 흐르는 '소주 한잔'이라는 노래도 같은 맥락이다. 봉준호가 직접 작사하고, 기우 역의 최우식이 노래를 부른 이 곡은 영화 '기생충'과 현시대를 사는 청춘들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소주 한잔'은 제가 직접 노랫말을 썼어요. 음악의 톤도 묘하게 낙관적이죠. 영화의 한 장면은 아니지만, 주인공의 마지막 목소리 같은 거라 꾸역꾸역 살아가는 느낌으로 담아봤어요. 꾸준히 살아간다는 내용이죠. 관객들이 부디 끝까지 앉아서 들으셔야 할 텐데."

한편 '기생충'은 오는 2월 흑백 버전으로 재개봉한다. 오는 22일부터 개최되는 제49회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뒤 2월 국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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