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칼럼] 신종 코로나 사태의 경제적 파급과 대응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입력 2020-02-10 14:5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용하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그렇지 않아도 침체상태에 있던 우리 경제를 타격하고 있다. 2019년 2% 경제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금년도 1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6.1% 감소했다. 지난해 1월 6.2%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또 감소한 것은 기저효과도 없는 수출전선의 심각성을 보인 것이다. 지난 1월 미·중 간 무역협상이 타결되어 글로벌 교역량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었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발생한 것은 우한 폐렴과 무관하지 않다.

영국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국의 2020년 경제성장 전망을 2.2%에서 2.0%로 낮추었다, 우한 폐렴으로 중국의 수요 위축이 계속되면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우한 폐렴 확산으로 관광과 수출 등의 위축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세계경제 성장률을 2.8%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우한 폐렴 영향으로 1분기 경제성장률은 0.6∼0.7% 포인트, 연간 최대 0.2% 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극도로 위축된 심리라고 할 수 있다. 회의와 약속의 취소가 이어지고, 그야말로 '방콕'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에 가린 얼굴에서 알 수 있듯이 대인기피증이 극에 달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그렇지 않아도 빈 가게가 늘어나는 판에 사람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는 음식점과 거리, 시장의 모습은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2009년 신종 플루, 2015년 메르스 사태 등 우리 경제는 유사한 충격을 겪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인 2015년 6~8월 중 외국인 관광객은 45.5% 감소했고, 서비스업생산도 0.8% 포인트 감소했다. 그러나 이번의 우한 폐렴은 메르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충격이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특성 측면에서는 우한 폐렴이 메르스보다 반드시 더 위험하다고 아직은 단정할 수 없다. 백신과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국내 의료기술진은 사망자 없이 환자를 완치시켜 나가고 있다.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메르스 경험으로 전염성이 높은 감염병에 대한 국가적 대응능력도 한층 더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휴전선으로 사실상 외딴섬과 같기 때문에 공항과 항만 이외는 왕래할 수 있는 경로가 없는 만큼, 출입국 시설만 완전히 통제하면 감염자의 대부분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도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메르스보다 경제적으로 심각한 것으로 보는 이유는 우한 폐렴으로 국내 경기의 위축뿐만 아니라 중국 등 대외경제의 충격으로 인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한 폐렴으로 중국 경제 전반이 일시에 마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비, 수출, 투자 등 중국 경제 전 영역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우한 폐렴으로 인한 중국의 손실이 2003년의 사스 때와 유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규모가 2003년에 비해 4배가 커졌고 감염자 수가 사스 때의 2배 이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스로 인한 세계경제 손실이 500억 달러였다면, 우한 폐렴으로 인한 손실은 36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관광객이 감소하고 소비만 위축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한 등지에 있는 자동차 부품공장의 생산 중단이 국내 자동차 공장들의 조업을 중단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 제조업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타격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현실은 용이하지는 않지만 너무 과도하게 위축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의 상황이라면 보건당국이 제시하는 건강수칙만 잘 지킨다면, 평상시의 경제활동으로 돌아가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러스는 언제 어디서든지 존재하고 있지만, 신체에 내재된 면역체계가 잘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건강생활을 유지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메르스나 우한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은 향후에도 수시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출현하였을 때 이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헬스케어 측면에서 의료과학의 기술적 잠재능력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우유부단한 대처는 심각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출입국 통제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수준으로 이루어졌는지, 감염된 사람들에 대한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등 메르스 사태 등으로 축적되었을 것으로 보였던 방역체계에 군데군데 허점이 발견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컨트롤센터가 부재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건당국, 나아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에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실수는 메르스 사태로 충분하다. 3만 달러 수준에 걸맞은 정부의 대응능력과 성숙한 국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