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부자들] '의정부 큰 손'도 시작은 반지하 경매…"강남만 답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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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0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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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로 실직 후 인천에서 1000만원짜리 반지하 매수

  • 대규모 재개발 계획에 한 채당 4500만원까지 껑충

  • 서울에 올인하지 않고 분산 투자…안정적 임대수익

우리는 한 해에 부동산 자산이 수억원씩 불어나는 시대에 살아왔습니다. 혹자는 이 기회의 땅에서 큰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적은 이윤에 만족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부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편집자주>

 

동대문구 주택가 전경. [사진 = 김재환 기자]


아파트부자들 다섯 번째 주인공은 '의정부 큰 손'으로 불리는 투자 전문가 A씨다. 그는 지금 서울 부동산 중심으로 재테크를 하고 있지만, 밑천은 집값이 저렴했던 인천과 의정부에서 마련했다.

"은행에 다니다가 IMF로 1998년 직장을 잃고 동종업계에서 2003년까지 일했는데 돈벌이가 안 됐어요. 당시 주변에 부동산으로 횡재한 사람들이 많아서 저도 한 번 해봐야겠다 싶었죠."

"IMF 때문에 파산한 사람들이 경매로 내놓은 집을 산 사람들은 2000년대 초반에 엄청난 돈을 벌었으니까요. 위기가 올 때 기회가 있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 거예요."

그는 2003년 중반부터 인천에 반지하 빌라만 골라 20채가량을 사들였다. 최소한의 자본으로 투자해서 언젠가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되면 올라갈 땅값을 받을 요량이었다고 한다.

"당시 인천에는 경매 물건이 폭증했던 시기여서 매물이 아주 쌌어요. 투자 시작 1~2년 전에 묻지마 식 부동산 투자를 했던 사람들이 투기 거품이 꺼지면서 대거 파산했거든요."

실제로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과 인천지법에 따르면 2003년 1~4월 인천에 쌓인 경매매물만 전년 대비 2배 많은 1만1000건에 달했고, 새 물건 중 약 80%는 주택담보대출이 껴있었다.

"IMF와 유사한 기회로 보이더군요. 대신에 저는 리스크를 줄이려고 가장 저렴한 반지하를 샀어요. 나중에 개발되면 땅만 남으니까 땅 지분에 투자한 거죠."

A씨는 인천 전역에서 감정가격 2000만원대 매물을 1000만원 이하로 낙찰받아 대출과 보증금으로 자기자본을 최소화했다. 기껏해야 수리비와 명도비 정도만 냈다고 한다.

기회는 생각보다 금방 찾아왔다. 인천시가 2006년 2월 196곳에 달하는 대규모 정비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정비 면적만 여의도(2.9㎢)의 두 배 이상인 7.138㎢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이 계획이 나오고 나서 삽시간에 집값이 두 배씩 뛰더라고요. 1000만원에 샀던 매물들을 2007년 초 4500만원대에 전부 다 팔아치울 수 있었습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2005년 1월 자치구별로 –0.07%에서 –0.91%까지 떨어지던 인천 집값은 2006년 3월부터 2008년 9월(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직후)까지 장기적인 급등세를 기록했다.

"10억원 정도 현금이 생기니까 더 판을 키워보고 싶었어요. 인천처럼 저렴하면서도 앞으로 개발 여지가 있는 장소를 찾아보니 의정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확보한 자금을 투자 유망지역이었던 서울에 올인하기보다 저렴한 다수 매물에 분산해 투자 위험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보는 전략이다.

"강북권과 지하철로 연결돼 있으면서 집값이 저렴해서 거주 수요가 꾸준히 유지될 것 같았어요. 언젠가 노후주택 정비사업 진행될 가능성도 크다고 봤습니다."

"2008년까지 25평(84㎡)짜리 아파트 위주로 딱 25채 매수했어요. 1억에서 1억5000만원 사이에 있는 매물이었고, 대출 조금 끼고 반전세 놓으면 제 돈은 들어간 게 거의 없었죠."

매수한 아파트는 모두 장기 8년 임대사업 물건으로 등록했다. 물건당 40만~60만원의 월세를 받으면서 보유하다가 처분 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고 시세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A씨가 보유한 아파트 실거래가는 현재 2억5000만원에서 3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매입 시점보다 두 배가량 오른 셈이다.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최근 신축 집값인 5억원대까지 오를 여지도 있다.

IMF로 직장을 잃고 부동산 경매 재테크에 입문한 그는 최근 투자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임대수익은 서울과 수도권 등지 분양권 또는 정비사업지 매물 매수와 갭투자에 쓰일 자금으로 활용한다.

"꼭 강남과 같이 확실한 곳에 투자해야만 돈을 버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금처럼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할 때에는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 위험하죠."

"오히려 경매나 반전세 등 지역 특성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활용하면 지금 위기인 것처럼 보이는 지역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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