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송해경 지점장 "투자정보 넘칠수록 전문가 필요… 증권사 지점 사라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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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20-02-0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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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경 하이투자증권 명동지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하이투자증권 송해경 명동지점장(여·51)은 취임한 지 이제 한 달이 넘었다. 회사에서 3명뿐인 여성 지점장 가운데 하나다. 상징적일 수 있겠지만, 그는 ‘여성 지점장’을 강조하지 않는다. 하이투자증권은 여성을 중용하기로 했다. 김경규 사장이 ‘여성시대’ 열기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6일 송해경 지점장을 직접 만나 투자 플랫폼 변화로 기회와 위기를 함께 맞고 있는 증권사 영업점 경영전략과 투자 조언을 들어봤다.

◆안정적인 ETF조차 규제투성이

주식처럼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루 갖춘 세계적인 인기 상품이다. 송해경 지점장도 점포를 찾는 투자자에게 ETF를 자주 권한다.

주가연계증권(ELS)에 비해 ETF는 시장 흐름을 좇기에 유리하다. 좋은 종목 하나를 족집계처럼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ETF는 좋은 섹터에 분산투자해 개별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요즘 뜨는 2차전지 종목을 담는 ETF가 대표적이다.

얼마 전 터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당국은 파생상품에 깐깐해졌다. 송해경 지점장이 아쉬워 하는 대목이다. ETF 매매를 시작하려면 여러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 금융사마다 지켜야 하는 위험고지의무만 해도 그렇다. 내용을 보면 전문가인 송해경 지점장조차 무서울 지경이라고 한다.

개별주식 투자경험이 풍부한 투자자라도 고령층에 ETF를 권하기는 훨씬 어렵다. 금융투자상품이니 당연히 원금손실률이 100%에 달할 수 있지만, 이미 아무리 주식 투자 경험이 많고 이에 적합한 투자성향을 가진 투자자라도 이런 말을 들은 투자자가 위험고지확인서에 서명하기란 쉽지 않다.

통계적으로 개별주식 투자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게 현실이다. 송해경 지점장은 "ETF는 개별주식 투자보다 변동성이 적고 분산투자가 가능해 주식형 상품에 투자성향이 적합한 투자자라면 60~70대 중장년층에게 더 알맞은 상품"이라며 "실제로는 젊은 사람만 ETF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위험도가 제각각인 파생상품을 싸잡아서 한 잣대로 규제하고 있다. 기업 하나가 망할 수는 있어도 수많은 기업을 담은 지수는 그러기 어렵다. ETF 규제를 완화하면 더 많은 투자자에게 재산 증식 기회를 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송해경 지점장이 권하는 ETF는 코덱스200이다.

송해경 지점장은 “개별주식은 매수 시점을 잡기 어렵다”라며 “그에 비해 시장 흐름을 읽고 상승장을 예상한다면 코덱스200은 좋은 투자처”라고 했다. 그는 “ETF는 상승장뿐 아니라 하락장에서도 돈을 벌 수 있고, 시장수익률 2배 이상을 노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정보 넘칠수록 옥석 고를 전문가 있어야”

투자 정보는 차고 넘친다. 말 그대로 정보 홍수 시대다. 그렇다고 투자자 수익률이 비례해서 좋아지지는 않는다. 송해경 지점장은 “금융에 어두운 사람은 여전히 많다”며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하고, 앞으로도 증권사 지점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투자 환경이 갈수록 디지털화돼 증권사 지점이 고전하고는 있다. 본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수익을 늘렸다. 그에 비해 지점이 돈을 벌 수단은 제한적이다. 주식거래중개와 펀드 판매로 받는 수수료와 주식담보대출로 얻는 이자수익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손놓고 손님이 오기만 기다리지는 않는다. “사람이 소중하다”, 송해경 지점장이 명동지점 식구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손님으로부터 마음을 얻으면 영업은 저절로 된다고도 한다.

송해경 지점장은 “당구장에서도, 마사지숍에서도, 피부과에서도 새 계좌를 틀 수 있다”며 “수익률로 신뢰를 쌓으면 수수료도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맛집’도 그렇다. 실제로 갔다가 적지 않게 낭패를 본다”라며 “직접 탐방하고 분석해서 진짜 맛집을 알려줄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점 식구에게 자주 지인에게 전화하라고 이야기한다. 남는 건 사람뿐이라는 거다.

◆“여성 아닌 그냥 지점장으로 봐주세요”

인터뷰를 끝낼 즈음 송해경 지점장은 말했다. “여성 지점장이 아니라 그냥 지점장으로 보아주면 좋겠다.”

남성이라고, 여성이라고 다른 일을 하지는 않는다. 똑같이 힘들다. 송해경 지점장은 “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지면 우리도, 손님도 공황 상태에 빠진다”고 했다. 그는 “의사를 보아도 오진이더라도 확실하게 결정을 내려주어야 한다”며 “우리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정하고 버텨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식시장에도 툭하면 위기가 닥친다. 10년 가까이 지난 유로존 재정위기도 증권사 직원을 힘들게 했다. 단 2주 만에 코스피가 50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송해경 지점장은 “최악은 막아야 한다”며 “확신이 무너지면 안 되고, 틀렸더라도 빨리 털고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점장은 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는 외로운 일이라고도 했다. 송해경 지점장은 “손님이 반대하거나 흔들리더라도 손절매를 권해야 할 때도 있다”며 “우리가 손실을 최소화할 시점을 찾아 끊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항상 옳지는 않고, 손님이 정말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때도 사공이 둘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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