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시장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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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원 기자
입력 2020-01-2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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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모펀드시장이 시끄럽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까지 펀드 환매를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은 이번 사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사모펀드 대란'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약 9000억원 상당의 수탁액을 운용하는 사모펀드사 알펜루트자산운용이 567억원 규모의 개방형 펀드 '에이트리'의 환매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이어 또 다시 환매연기 사례가 추가된 것이다. 알펜루트는 설정액 1730억원에 이르는 일부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에 대한 환매 역시 순차적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매 연기 대상이 된 펀드들은 알펜루트 자체 투자자금인 480억원을 제외하면 1800억원대의 수탁액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증권사 총수익스왑(TRS) 450억원과 고객 자산 1400억원가량이 포함돼 있다. 이 사안이 단순히 알펜루트뿐 아니라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연결돼 있는 이유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일종의 자금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금 규모를 두세 배로 키우고 이 돈으로 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 자금력이 부족한 자산운용사들의 고수익 투자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현재 사모 전문 운용사들과 TRS 계약을 맺고 업무를 하는 주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 4곳이다. 사모 운용사와의 TRS 계약 업무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할 수 있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가 주로 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전날 이들 증권사와 함께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과 회의를 열고 TRS 관련 자금 회수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증권사들이 사모 운용사 19곳과 TRS 계약을 통해 공급한 자금은 1조9000억원 규모로 증권사들이 한꺼번에 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TRS 증권사의 갑작스러운 자금 회수 이유만으로 펀드 환매가 일어난 것인지 좀 더 경위를 구체적으로 파악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환매 연기 사태는 알펜루트에 주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TRS 환매를 요청하면서부터 수면 위로 부상했다. PBS와 함께 증권사 고유자금(PI) 투자를 병행 중인 한국투자증권이 수백억원 규모의 환매를 요청한 것이다. 여기에 미래에셋대우까지 환매를 요청하면서 사안이 확대됐다.

두 회사가 알펜루트에 요구한 환매금액을 더하면 규모는 약 460억원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금액 일부에 대해서도 환매를 요구했다. 알펜루트의 경우 단시간에 현금화를 하기가 어려운 메자닌과 프리IPO를 중심으로 운용되는 회사라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 요청에 곧장 대응하기가 어려웠고, 결국 환매연기 결정이 내려졌다.

최초로 환매요청을 한 한국투자증권 측은 이번 환매 요청에 대해 '포트폴리오 조정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증권사들까지도 줄줄이 투자자금 회수를 요구하면서 알펜루트가 져야 할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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