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은행 외면에 조바심 난 오라클... 수백억 요구한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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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서대웅 기자
입력 2020-01-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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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 업계에선 오라클이 신한은행에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의 라이선스비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요구한 것을 두고, 국내 은행들의 탈 오라클 행보에 조바심을 나타내고 있는 증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8일 IT·금융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금융사들은 지나친 라이선스 비용과 일관성 없는 정책 등을 이유로 오라클을 대신할 차세대 DBMS를 물색하거나 도입 중이다. 강력한 신뢰성이 필요한 계정계에는 아직 오라클DB를 이용 중이지만,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는 '정보계'나 인터넷 뱅킹과 같이 대외용 서비스를 담당하는 '채널계'에는 티맥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오라클의 경쟁사나 오픈소스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오라클 종속의 핵심 원동력으로 꼽히는 ULA(무제한라이선스) 계약은 지난해 11월 신한은행을 끝으로 시중 6대 은행 모두가 개별 라이선스로 전환했다.

과거 오라클을 포함한 글로벌 DBMS 업체들은 ULA 계약을 맺을 때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함께 제공하는 정책을 펼쳐 업체들의 환심을 샀다. 이러한 정책 앞에 소프트웨어만 제공하는 국내 DBMS 업체나 오픈소스는 성능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자리조차 잃어버렸다.

금융권을 장악한 오라클은 유지와 보수를 명목으로 막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청구했다. 이러한 청구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별다른 대안이 없어 오라클DB를 꾸준히 이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시대가 열리고, 오픈소스 DBMS와 리눅스 서버가 은행이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은행들은 신규 서비스에 하나둘씩 클라우드 DBMS와 오픈소스 DBMS를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카카오뱅크는 채널계마저 오픈소스 DBMS를 도입한다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시중 6대 은행은 오라클DB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국산·오픈소스DBMS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하나둘씩 오라클과 ULA 계약을 종료했다. 클라우드 전환이 느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DBMS 업체에게 시장점유율을 내주고 있던 오라클 입장에서 3~5년 단위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던 우수 고객의 이탈은 뼈 아플 수밖에 없는 문제다. ULA 계약 종료에도 여전히 우수 고객인 은행에 협의 대신 내용증명 발송이라는 강수를 둔 배경에는 이러한 속 사정이 있다.

은행의 탈 오라클 행보에도 불구하고 은행 계정계 분야에서 오라클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30년간 안정된 운영으로 검증된 오라클DB와 달리 국산 DBMS와 오픈소스 DBMS는 검증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 전산시스템 공급 업체에 외국계가 많기 때문에 기술 종속 등의 우려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안전한 금융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외국계 DBMS를 사용하더라도) 전자금융거래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은행 실무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DB 업계 관계자는 "이번 오라클의 추가 라이선스 비용 청구는 가뜩이나 불타오르는 국내 금융권의 탈 오라클 행보에 기름을 붓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며 "국산 DBMS와 오픈소스 DBMS의 점유율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라클 자료사진(오라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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