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법 뜯어보기①] 국회 통과됐지만…민간 중심 생태계, ‘시행령’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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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1-2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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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처기업 확인기관 운영 방안 상반기 중 구체화

  • 업계 “공공에서 벤처확인기관장 맡으면 법 취지 퇴색”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됐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벤처법)이 지난 9일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민간 중심 벤처생태계 조성 기대감이 커졌지만, 향후 정해질 벤처확인기구 운영 방안에 따라 개정안 통과의 의미가 크게 달라질 예정이다. 벤처확인제의 민간 이양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상반기 중 제정될 시행령 및 시행규칙 내용이 민간 중심 생태계를 구축하느냐, 아니면 무늬만 민간 기구에 그치느냐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 확인 유형은 기술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확인하는 보증‧대출 유형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벤처확인 기업은 3만7000여 개사였는데, 대부분이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기술성 평가로 벤처 인증을 받은 셈이다. 벤처확인 요건은 이미 상당 부분 완화됐지만, 산업 최전선에서 빠르게 변하는 기업을 보수적인 공공기관이 평가하고 벤처기업 인증까지 주도하는 과정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한 벤처법은 벤처기업 확인요건 중 보증ㆍ대출 유형을 폐지하고, 벤처기업 확인 주체를 공공기관에서 민간 기구인 벤처기업 확인기관으로 변경했다. 확인기관이 벤처기업 해당 여부를 확인하거나 취소할 때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벤처기업확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형식적으로 벤처확인 업무는 공공에서 민간으로 이전됐지만, 벤처기업 확인기관까지 민간이 맡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벤처법에서는 중기부 장관이 일정 요건을 갖춘 기관 또는 단체를 벤처기업 확인기관으로 지정하게 했다. 장관 결정에 따라 벤처기업 확인기관장을 민간이 아닌 공공에서 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큰 틀에서 공공기관이 벤처확인제도를 관리하는 모양새가 된다. 현장에서 무늬만 ‘민간 중심 벤처확인제도’를 우려하는 이유다.

또한, 벤처기업 확인기관과 벤처기업확인위원회 구성 및 운영방안은 추후 시행령을 통해 정하게 된다. 중기부는 상반기 중 시행령을 제정해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간 기구의 형태를 띤 확인기관이 민간 중심으로 운영될지, 아니면 공공기관 영향력 아래 놓일 것인지는 시행령이라는 ‘디테일’에 달린 셈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4일 서울 양재 엘타워 메리골드 홀에서 열린 2020년 벤처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김정태 메인비즈협회장, 이준배 한국엑셀러레이터협회장 등 벤처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


벤처업계 관계자는 “박영선 장관이 수차례 강조한 것처럼 벤처법의 개정 취지는 민간 중심의 벤처 생태계 조성에 있고,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민간에서 주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며 “확인기관장을 공공에서 맡게 되면 법안 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현재 제도와 비교해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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