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에 'R의 공포'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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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20-01-1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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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조정 때 뮤추얼펀드에서 ETF로 자금 이동 전망

금융업계 종사자라면 경기침체, 이른바 'R(recession)' 얘기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상장지수펀드(ETF) 판매업자들에겐 'R의 공포'가 통하지 않는 것 같다고 블룸버그가 1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경기침체가 되레 ETF로 자금 유입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경제가 지난달까지 125개월 연속 확장을 이어가고 사상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미국의 경기침체가 머지 않았다는 비관론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ETF 판매업자들은 경기 둔화나 침체에 대한 공포가 증시 조정을 촉발할 경우 뮤추얼펀드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와 ETF로 흘러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리치 파워스 뱅가드 ETF 관리 책임자는 지난달 한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시장이 결국 하락할 것이며, 이것이 투자자들을 ETF로 불러들이는 다음 물결을 촉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ETF 선택과  ETF 시장 확대를 가속한 최대 계기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물론 경기침체가 증시에 제동을 걸면 ETF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증시가 장기적으로는 오를 것이라는 계산은 하락장에서 수수료가 높은 뮤추얼펀드에서 자금 이탈을 자극해 수수료가 낮은 ETF로 불러들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또 뮤추얼펀드 같은 액티브펀드는 종목을 족집게처럼 집어내 시장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내야한다는 압박이 높지만, 대부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서 ETF의 매력을 부각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토로소인베스트먼트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하락장에서 유리해지는 건 ETF였다. 

예를 들어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후 6개월 동안 미국 증시가 바닥을 칠 때까지 계속 미끄러졌지만 투자자들은 액티브펀드에서 자금을 빼서 ETF 같은 패시브펀드로 이동시켰다. 리먼사태 후 3개월 동안 주식 ETF로 흘러든 돈은 약 640억 달러에 달한다. 12개월 기준으로는 660억 달러 넘게 유입됐다. 

반면 뮤추얼펀드에선 리먼브라더스 사태 후 3개월 동안 1090억 달러가 유출됐다. 투자자들은 그 다음 9개월 동안 150억 달러를 더 빼냈다고 미국 자산운용협회 ICI(Investment Company Institute)는 집계한다.

마이클 베누토 토로소인베스트먼트 수석투자책임자(CIO)는 "성장이 급격히 진행되는 건 어딘가에 몰려있던 자산이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 경우에 나온다"면서 "ETF의 성장도 새로 유입되는 자산에 의해 가능하다. 뮤추얼펀드에 있는 14조 달러 자금이 풀릴 수 있음을 얘기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뮤추얼펀드에서 ETF로 자금이 이동하는 배경엔 '비용'이 있다. 2018년 모닝스타 연구에 따르면 액티브펀드 수수료는 패시브펀드에 비해 4.5배나 높았다. 아울러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 때문에 시장 상승기에 액티브펀드 환매를 주저하던 투자자들에게 시장 하락은 탈출의 구실이 된다. 

벤 존슨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요구, 시각, 타이밍을 가진 투자자들이 ETF로 집중되는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ETF가 증시에서 계속 존재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비이성적인 강세장과 급락장 위험을 높일 수 있는데다 종목의 펀더멘탈에 기초한 치밀한 분석의 중요성을 깎아내린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예측한 투자로 거액의 수익을 올리면서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이 된 마이클 버리는 지난해 패시브펀드에서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버블이 보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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