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엑소더스] '규제' '경쟁' '비용'···대한민국 금융시장 매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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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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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의 공공성 강조로 규제 늘어···소매 시장에서 경쟁 격화로 비용도 급증

"최근 금융의 공공성이 강조돼 서민·중소기업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 및 사회공헌 확대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

가장 규모가 큰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여건을 이같이 진단했다.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국내 금융당국의 행보가 규제를 불러오고 결국 금융사의 수익성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실제 최근 10여년 동안 외국계 은행의 수익성은 심각하게 악화됐다.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의 당기순이익은 2008년 2조1093억원이었으나 2018년 9168억원으로 56.54%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익은 447조149억원에서 128조8540억원으로 더욱 급격(71.17%)하게 줄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는 이 기간 금융당국의 규제의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부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파생상품 관련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왔다. 대표적으로 금융사가 일정 규모 이상 파생상품 관련 영업을 영위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자본 적립을 요구한 것이다.

2008년까지 파생상품시장에서 전체 수익의 80%를 충당하던 외국계 은행은 해당 규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추가 자본적립이 마땅치 않은 외국계 은행은 결국 파생상품 관련수익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었다.

추가로 2018년과 지난해 정부는 집값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도입해 대다수 금융사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금융 권역을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산업 주체가 아니라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조력자이자 공공재로서 역할을 맡기려는 것 같다"며 "이러한 환경을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계 금융사는 계속되는 규제에 지쳐 철수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계 금융사가 활동해온 시장이 규제로 사라지고 있다면, 그나마 활동할 수 있는 시장에서는 경쟁이 심각해 제대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계 은행도 가계대출 등 소매금융 시장에서 영업할 수 있으나 사실상 국내 대형 은행이 독점하다시피하고 있어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국계 생보사의 경우 경쟁 격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생보사 전체 설계사 수는 2008년 17만6090명이었으나 2018년 11만2595명으로 36.06% 줄었다. 독립보험대리점(GA)의 등장으로 상당수 설계사를 빼앗긴 탓이다.

 

[사진=생명보험협회]

기초적인 보험영업 채널인 설계사 확보에서부터 경쟁이 심화된 셈이다. 투자여력이 적은 외국계 생보사는 설계사가 더욱 많이 줄었다. 이 기간 설계사 수 감소율은 처브라이프생명이 78.57%, ABL생명이 60.05%, 메트라이프생명이 48.27%로 집계됐다.

다수 설계사가 GA로 이동한 탓에 수수료도 대폭 늘었다. 영업성과(수업보험료)는 늘어나지 않았으나 그에 대한 비용인 사업비(수수료 등 제반 비용)만 늘어나게 된 것이다.

최근 저해지·무해지환급형 상품이 유행하는 것도 생보사 경쟁 격화의 한 단면이다. 가격 인하 경쟁이 계속되다보니 보험료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저해지·무해지 상품까지 개발·판매하게 됐다는 시각이다.

다른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한국 대부분 금융 분야에서 수익 마진이 점차 줄어들고 있으나 뚜렷한 방책은 없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답 없는 경쟁을 지속하느니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푸르덴셜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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