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랑18세 첫 투표]​ "걱정하지 마세요" 당찬 그들, 정치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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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0-0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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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3 정치화' 걱정에 "그게 뭐 어때서요?" 반박...

  • 현실에선 '수능준비하기 바빠요'... 정치 무관심 1/3 넘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열린 '만 18세 선거권 쟁취 축하 및 청소년 참정권의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송년 기자회견'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투표용지 53만 장이 추가됐다. 지난해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연령이 만 19세에서 18세로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장 4월 총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Z세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이들의 ‘표심’ 향배를 놓고 계산에 들어갔다. 어떻게 하면 ‘투표 새내기’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을지를 두고 고심이 깊이지고 있다.

하지만 어디 하나 명쾌한 전략을 내놓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마음을 얻고 싶지만 그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셈.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돼 버린 정치권을 대신해 아주경제의 가장 젊은 기자들이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 봤다.

◆ 철부지들의 투표?…그런 걱정은 하지마세요

10대 유권자 53만명이 새로 유입되자 일부 정치권에서는 걱정부터 불거졌다. ‘철부지들의 줏대없는 한표’가 나라를 망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정치권의 '나쁜' 어른들이 10대들을 현혹해 표를 좌우하면 어쩌느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10대 유권자들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응이었다. 오히려 가벼운 비웃음마저 느껴질 정도로 당당하기도 했다. '나쁜 정치인'에게 현혹되는 것으로 따지자면 기성세대가 더한 것 아니냐고 꼬집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아진 씨(20)는 “참정권을 가진 국민이 자신의 의견을 내는 건 당연하다”면서 “주변 환경이 아예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영향을 받는 것 또한 자기 생각이고 의견이다”라고 말했다.

조세빈(20) 씨도 “만 18세는 자기 주도적으로 타당한 견해를 마련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타인의 영향을 받을 확률이 매우 높지는 않을 것”이라며 더 이상 ‘낙랑18세’들의 판단력을 폄하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 고3 수험생의 ‘정치화’…그게 뭐 어때서

‘낭랑 18세’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지금보다 더 내야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청소년 정책’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정책’이 만들어지도록 더욱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임다은 씨(19)는 “예전보다 청소년이 목소리를 내는 장이 늘어났어도 여전히 사회적 약자다”며 “우리가 유권자가 된다면 청소년들을 위한 것들이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 씨(19)는 “교육감은 교육정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예비 사회인이 될 학생들의 의견도 중요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실이 작은 정치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입시를 앞둔 만큼 예상보다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정치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윤지 씨(19)는 “교실이 절대 정치판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에 대해 주관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니 서로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정치에 별로 관심 없어요”

‘Z세대’로 불리는 새내기 유권자들은 대부분 SNS와 유튜브를 통해 정치 이슈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V나 신문은 거의 보지 않았고 포털사이트도 일반기사보다는 유튜브 등 영상을 통해 보다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 6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결과에 의하면 10대의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87.4%였다. 흥미 있는 주제가 있을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경로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37.3%)이었다. '유튜브'를 사용한다는 복수 응답자는 98.1%로 가장 높았다. 해당 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6~7월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2363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윤지 씨는 “유튜브, SNS 등을 통해 각 방송사에서 만든 클립뉴스를 계속 본다"고 말했다. 백 씨는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거나 유튜브로 주로 접하지만 관심있게 보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조세빈 씨도 “인터넷 기사와 SNS를 통해 정치 뉴스를 접하는데 평소 관심도가 높지는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이 정치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대 유권자들의 38%가 무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

이 같은 상황은 외국도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치적 무관심이 확대된다거나 포퓰리즘 정치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10대의 정치참여가 오히려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견해여서 사회적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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