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 공개 '배드파더스' 관계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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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우 기자
입력 2020-0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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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 온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사이트 관계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신상공개에 다소 위법 요소가 있다고 해도 사적 이익을 취한 적이 없으며 공익적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15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창열)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모(57) 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며 구 씨의 행위가 공공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한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수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고, 문제 해결 방안이 강구되는 상황"이라며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은 전날 오전 9시 30분부터 15시간 넘게 이어졌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구 씨의 행위가 '공익적'인지를 두고 강하게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무책임한 아빠(엄마)들'이라는 제목의 글에 담긴 이름과 사진, 양육비 미지급 사실, 거주지, 직장 등 정보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에 해당한다"며 "피해자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볼 수 없고 이들에게 확인 절차도 없이 과다한 개인 정보를 공개했으며, 이로 인해 침해된 사익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씨 측은 "양육비는 단순한 금전적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며 "이 사건은 가해자가 피해자로 뒤바뀐 사건"이라고 변론했다.

구 씨 변호인은 "외국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들며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며 "피고인은 공익적 목적으로 활동해 왔고 그를 처벌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이번에 처벌이 이뤄진다면 비난이 두려워 숨죽이고 있는 가해자들까지 피고인을 고소하려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배심원 7명(예비 배심원 1명 제외)은 모두 무죄 평결을 냈다.

구 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의 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배드파더스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남성 3명, 여성 2명)이 2018년 9~10월 구 씨를 고소하면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구해 9명 중 7명으로부터 기소 의견을 받아 지난해 5월 구 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이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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