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범 2심서 "우발적 행동…사실 동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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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기자
입력 2020-01-1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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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을 가장한 명의도용 소송을 당해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라 정신적,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

"처음부터 고양이가 죽을 것을 예측할 수 있었고 이를 반성하지 않는 점을 들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
  
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이내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지난해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해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40대 정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검찰은 "피해자 소유의 고양이를 잔혹하게 사용한 뒤 타인이 소유한 재물인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를 고려하더라도 재판과정에서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됐지만 용서를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언론에 보도됐다고 해 피고인의 죄가 더욱 커지는 것은 아니다"며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심에서 재판부는 "사건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피고인에게서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그동안 벌금형으로 그치던 동물학대 사건과 달리 이례적으로 실형 선고가 내려졌다. 선고 직후 정씨 측은 형이 무겁다고, 검찰 측은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며 모두 항소했다.  

정씨는 "한순간의 잘못된 우발행동이었다"며 "사실 동물을 좋아해 길고양이를 보면 말도 걸고 쓰다듬기도 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날 최후진술에서 정씨는 "저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으신 고소인분들과 애묘인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취업을 가장한 명의도용 소송을 당해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라 정신적,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이 많다 보니 잡생각이 들어 애꿎은 고양이가 화풀이 해소 대상이 된 것 같다"며 "기회가 된다면 자원봉사도 하고 학대받는 동물을 위해 동물보호에도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는 경의선 숲길 인근 식당에서 살해된 '자두'를 키우던 피해자를 비롯해 길고양이들을 살피는 '캣맘' 1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씨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정씨는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의 꼬리를 잡고 바닥에 던져 고양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1심에서 고양이를 죽인 사실은 인정했지만, 주인이 있는 고양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에 잡힌 정모씨(39)가 세제로 추정되는 물질이 묻은 고양이 사료를 준비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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