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文정부, 남북관계의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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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입력 2020-01-0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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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대표]



한국 정부의 미국 눈치 보기와 남북관계 개선의 무기력함은 이제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북·미관계의 변화 없이는 남북관계의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에도 이제는 수술을 가해야 할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할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에게는 목숨과 같은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에게는 목숨을 걸고 이루어내야 할 사명 같은 것이 아니다. 북한의 핵이 북·미 수교를 위한 유일한 지렛대 역할을 한 것은 다 아는 이야기다.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합의한 것도 북·미관계의 개선이었다. 먼저 양국의 관계개선을 이룬 다음,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비핵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하지 않았던가. 미국은 이를 진지하게 실천할 의무가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과감한 양보를 원하는 만큼, 미국의 북한에 대한 과감한 양보도 중요하다. 대북 제재만으로는 북한을 움직일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북·미 수교를 통해 북·미 사이의 경제협력을 한국과 미국의 경제협력과 같이 만드는 것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북한의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는 동시병행적으로 가야만 하며, 이를 미국은 수용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북핵문제 해결도 당연하지만 남북경협의 추진도 중요하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한반도 평화 창출의 충분조건이 되기 위해서는 남북교류협력이 필요하다. 남북경제협력사업은 대북 제재의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유엔안보리 결의 2397호 제27조 및 미국의 대북제재강화법 제9228조(b)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 긴장완화 노력”을 권고하고 있다. 남북 협력사업이 바로 그런 노력의 최고 순위에 자리 잡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을 무력화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남북협력이다. 교류협력사업을 통해 남북한 사이의 지속적이며 대규모의 인적·물적 교류가 이루어지면 북한 경제‧사회와 주민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남북 사이의 적대행위를 해소하고 민족 동질성도 제고하게 된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남북한 경제공동체 형성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 다음과 같은 과제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이대로 있으면 지금의 상황만 계속될 뿐이다.

첫째, 문 대통령이 확신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를 현실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신하고 있다. 그 확신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언급했다.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2018년 9월 25일)에서만 하더라도 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젊지만 아주 솔직 담백한 인물이고 비핵화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확신만 하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곳에 반영시켜야 한다.

둘째,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의 국정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좌진은 자신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용기를 가지고 남북경협의 재개를 선언하거나 남북철도·도로 연결과 운행이 실제 이루어질 있도록 추동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주제넘은 이야기지만 보좌진을 과감히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셋째, 남북관계 개선의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당장 오는 3~4월의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문 대통령은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청해야 할 것이다. 4월 15일 총선 앞의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의 자위 조치를 유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는 더 큰 상처를 받을 것이며 상당기간 동안 회복하기 어렵다. 북·미대화 또한 불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북 제재 하에서도 할 수 있는 사업을 당장 추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사업의 재개를 선언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북 사업에 따라 북한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우려된다면, 이를 면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남북협력사업 추진과 연계된 대북한 임금 및 관광대가 지급을 현금이 아닌 에스크로(escrow) 방식의 예탁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 근로자의 임금도 전자카드 등을 발급해 생필품 등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북한 당국에 대해서도 직접 지급하는 현금 대신 식량 또는 공업품으로 대치하는 것에 대한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그 밖에도 한강하구 개발 사업 및 강릉~제진 철도 연결, 접경지역(파주 등) 남북경제공동특구 조성, 앞서 언급한 철도·도로 연결 및 정기운행 등을 추진하고, 금강산 등 북한 방문이 제3국 방문과 같이 개별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방북 자유화 선언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 2020년은 남북관계가 반드시 달라지는 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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