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공수처법' 정치색 걷어내고 제대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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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전 국회 부대변인)
입력 2020-01-0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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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법은 시대적 산물이다. 농경사회에서는 소도둑 처벌이 중요했다. 산업사회에서는 규정 지어진 한계이다. 자동차 산업 발달에 따른 관련 법 제정은 좋은 예다. 도로교통법, 여객 및 화물 운수사업법, 주차장 법, 윤창호 법 등 새로운 법이 필요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또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결과다. 비대한 검찰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했다. 자유한국당은 줄곧 반대를 외쳤다. 정권을 보위할 무소불위 권력기관이라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목소리에 묻혀 공수처 당위성은 간과된 느낌이다. 왜곡된 주장을 하나씩 짚어본다.

권력형 비리 단죄와 검찰개혁은 시대적 요구

공수처는 부정부패를 저지른 고위공직자를 수사·기소하는 독립 기관이다. 1996년 11월 참여연대가 입법 청원한 게 첫걸음이다. 1998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설치를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2004년 17대 총선 공약에 담았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지금까지 권력형 범죄나 수사기관 종사자들은 특별검사가 담당해 왔다. 그러나 특별검사는 한시적 기구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공수처는 특검을 상설화한 것이다. 그동안 권력형 범죄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5년 국정감사 자료(2011~2015년 8월)를 보자.

비위 혐의로 적발된 검사 228명 가운데 중징계는 42명(21.4%)에 그쳤다. 청와대 직원 범죄도 관대하기는 마찬가지다. 2008~2015년 8월까지 74명이 직무 관련 범죄로 입건됐다. 이 가운데 기소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일반 범죄 기소율은 40%대다. 청와대와 검찰은 특권을 누린 셈이다. 결국 공수처 설치는 권력형 비리 척결과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다.

대통령과 친인척도 수사대상

수사 대상은 국무총리와 국회의원, 장차관, 검사와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공무원 등 고위 공직자 6500여명이다. 대통령과 4촌 이내 친인척도 포함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과 친인척을 수사하는 공수처 법을 통과시키느라 온 힘을 쏟은 셈이다.

검찰 개혁과 법 앞에서 형평을 실현하자는 의지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장기 집권과 좌파 독재를 위한 권력기관이라고 비난한다.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는 공수처에 대한 자유한국당 공격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검찰과 공수처는 상호 견제

공수처 법(24조 2항)은 고위공직자 비리 혐의를 인지한 경우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독소 조항이라고 공격한다. 정권 입맛대로 특정 사건을 뭉개거나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왜곡이며 과장된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

고위공직자범죄 수사는 공수처 고유 권한이다. 그러니 공수처로 일원화하는 건 당연하다. 중복 수사를 방지하는 취지도 있다. 사건을 은폐, 확대한다는 주장 역시 터무니없다. 공수처와 검찰은 서로 견제한다. 공수처는 검찰 관련 범죄, 검찰은 공수처 관련 범죄를 수사하게 된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보자. 감찰을 덮었다며 청와대까지 압수수색할 만큼 검찰 권력은 막강하다. 그런 검찰이 공수처가 수사를 덮는다면 가만히 있을까. 알고도 놔둔다면 직무유기다. 그러니 공수처가 정권 입맛대로 사건을 좌지우지할 것이란 우려는 기우다.

공수처는 검사 25명, 수사관을 포함하면 60명 내외다. 반면 검찰청 소속 검사는 2300명이다. 막강한 권한에다 인력에서도 압도적인 검찰이 공수처를 견제하지 못한다면 무능을 자인한 꼴이다. 공수처가 공룡 기관이라는 주장도 그래서 과장됐다.

공수처 기소권 행사는 일부에 불과

자유한국당은 공수처가 갖는 일부 기소권을 문제 삼는다. 검찰개혁 취지는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다. 여기에 비춰볼 때 공수처는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역시 침소봉대됐다. 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하는 대상은 검사,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에 한해서다. 나머지는 지금처럼 검찰에서 기소권을 행사한다.

그런데도 공수처가 모든 수사대상에 대해 기소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검사,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에만 기소권을 부여한 이유가 있다. 이들은 사법권을 행사하는 기관이다. 사법권을 자의적으로 남용할 우려가 있다. 앞서 국정감사 자료에서 확인됐듯이 제 식구 감싸기다. 오히려 기소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공수처장 임명 거부권은 야당에게

공수처장과 공수처 검사를 정권 입맛에 맞는 코드인사로 채운다는 비판도 억측에 가깝다. 공수처 법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억지소리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권한은 국회인사추천위원에 있다. 인사추천위원회는 여당 2명, 야당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은 7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추천한 후보를 임명한다. 야당 몫 2명 가운데 1명만 반대하면 공수처장은커녕 후보에도 올라가지 못한다. 사실상 비토권을 야당이 가지고 있다. 공수처 검사도 마찬가지다. 공수처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7명)에도 야당 몫 2명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정권과 가까운 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장악할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됐다. 공수처 반대를 위해 정치색을 덧씌우려는 의도에 불과할 뿐이다.

정권은 유한, 언제든지 정권교체

정권교체에 따라 언제든 공수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과 패스트트랙은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주도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여당으로서 선진화 법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면서 선진화 법 때문에 낭패를 봤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여당인 민주당이 공수처 법을 주도했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 단죄와 검찰개혁이라는 큰 그림에서 출발했다.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취지를 살리면서 보완하는 게 입법기관에게 주어진 책무다.

 

'공수처는 통과됐지만, 끝나지 않은 외침'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에서 열린 조국수호·검찰개혁을 위한 서초달빛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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