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종합] 양준일이 우리에게 준 선물···모든 말에 깃든 깊은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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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입력 2020-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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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그때 그 시절로 우리를 데려가 준 가수 양준일(50). 추억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양준일 신드롬을 설명하기 부족하다. 직접 만나 본 양준일은 보석같은 성품으로 긴 세월을 풍파를 온몸으로 이겨낸 섬세함으로 그렇게 내면에 차곡차곡 빛을 쌓아온 인물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그 빛에 홀리는 것이 아닐지. 

가수 양준일이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양준일의 선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양준일은 3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팬미팅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으로 떠날 때 다시는 대한민국에 돌아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면서 "연예계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이곳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양준일은 '뉴트로 열풍'을 탄 '문화적 신드롬'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양준일은 지난 6일 ‘슈가맨’ 출연 이후에도 자신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다. 원래 일하던 미국 플로리다의 음식점에 되돌아가 서빙 일을 계속했다.

그런데 해당 식당에 한국 팬이 전화를 걸어왔다. 다른 서버가 그 전화를 받았는데 양준일이 바빠 바꿔주기 힘들다고 하니까 "'지금 대한민국에 난리가 났는데, 거기서 서빙을 하면 어떡합니까'라면서 짜증을 냈다더라"며 웃었다.
 
그는 한국에서 안 좋은 일도 겪었지만 자신의 곁을 따뜻하게 지켜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항상 한국에 돌아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앞으로 한국에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현재 책을 집필하는 중"이라며 "많은 분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신다.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남기면 좋을 것 같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양준일은 "과거 냈던 앨범을 재편곡하고 녹음해 이를 실물 앨범으로 발매하려 한다"면서 "현재 중고시장에서 예전 앨범들이 고가에 거래되는 것을 보고 팬들이 이걸 갖고 싶어하는구나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노래들을 충분히 표현한 다음에 새로운 노래를 내놓고 싶다"며 "지금은 새로운 가사를 쓰고 싶지 않고, 예전에 만든 음악을 무대에서 다시 보여주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자신에게 쏟아지는 폭발적인 관심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양준일은 "슈가맨이 방영됐을 때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 반응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지금도 (높은 인기에) 적응 중인데, 적응했다 싶다가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를 보러 왔다는 사실에 또 충격을 받는다"며 웃었다.
 
슈가맨 방영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평소처럼 일터인 식당에서 서빙하던 중 "한국에서 지금 난리가 났는데 거기서 서빙을 하고 있으면 어떡하냐"는 전화를 받은 일화도 소개했다.
 
최근 유튜브에서 수십 년 전 음악방송을 스트리밍해주는 '온라인 탑골공원'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이후 JTBC 예능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 출연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린다.
 
많은 이가 그의 인기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하지만, 양준일은 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내놨다.

가수 양준일이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양준일의 선물' 기자간담회에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는 "왜 인기를 얻고 있는지를 내가 감히 파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자들을 향해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 날 왜 보러 온 것이냐"고 질문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김이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춘 적이 없어 여전히 세련된 존재"라고 봤다.
 
이어 "과거 가수로 활동한 당시 내가 시대를 앞서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때 한국 가요계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했다"고 고백했다.

양준일 기사에 선플이 계속 달리는 이유는 온라인 등에서 회자되고 있는 미담 덕도 크다. 양준일은 활동 당시 겸손했고 특히 팬들을 극진하게 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찾아와준 팬들에게 고맙다며 자장면을 함께 나눠 먹고, 항상 허리를 숙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고 기억하는 팬들이 상당수다.

양준일은 "사실 생각을 하면서 행동한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 분들이 그것을 기억해준다는 것이 고맙고 '내가 왜 그랬나?'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양준일이 '슈가맨3'에 출연했을 당시 20대 양준일에게 전하고 싶던 말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뤄지게 될 수밖에 없어!"라고 이야기했다.

양준일은 지금처럼 상황이 전개될 줄 모르고 한 말이었다고 했다. "'네가 인생에서 원하는 그것을 내려놓으면 마무리가 된다'는 뜻이다. 20대에 간절히 원했던 K팝 스타가 되고자 했던 꿈을 이제 더이상 바라지 않는데 그것을 내려놓았더니 이렇게 현실이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50대로 접어든 지금 20대 때 바라던 K팝 스타가 됐다. "현실에 무릎을 꿇고 나니 믿기지 않는 상황이 펼쳐져서 굉장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양준일은 뉴 잭 스윙 등으로 장르로 시대를 앞서간 뮤지션으로 평가 받는다. 1991년 데뷔곡 '리베카'를 비롯 '가나다라마바사' 등을 불렀다. 하지만 당시 영어 노랫말을 많이 쓰고 춤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수 양준일이 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린 '양준일의 선물'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날 팬미팅 앞에 모인 팬들은 이유는 각기 달라지만 양준일에게 느끼는 마음은 대체로 한 가지였다. "그간 양준일의 존재를 알지 못해 미안하다" "팬이었지만 떠나게 해서 미안하다" 등 대체로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양준일은 "팬들이 미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 저도 그런 면에서 저도 똑같이 미안해요. 양면성이 있죠. 저도 떠날 수밖에 없었잖아요. 제게 팬들이 있는지조차 몰라 더 미안해요."
 
앞서 방송에서 자신의 머릿속에 쓰레기를 버린다고 했던 표현을 다시 인용하면서 "그 쓰레기 안에는 보석도 있어요. 그 보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이렇게 환영하고 따듯하게 맞이해주는 자체가 저의 아픔을 녹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팬들이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미소 지었다.
 
대신 자신이 고마워 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제 고마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고마운 마음으로 감히 대한민국을 감싸고 싶다"고 전했다. 
 
50살에도 여전한 '꽃미모'의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양준일은 먹는 것을 조절한다고 했다. 그는 "서빙 일을 할 때 하루에 14시간씩 일을 하고 바쁜 날에는16㎞를 걷기도 했다. 그런데 중간에 뭘 먹지 못한다. 먹으면 졸리기 때문에. 그래서 굉장히 적게 먹는다. 그래야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과거 V2 활동을 할때는 이미지를 바꿔야해서 프로틴 등을 먹으며 살을 일부러 찌웠다. 그래서 지금과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뛰어난 패션 감각도 회자되고 있다. "패션 자체는 타고난 면이 있다"며 미소지었다. "제 몸을 잘 알아서 '몸에 뭐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무엇을 마음 먹고 가게에 가는 것은 아니고 딱 봤을 때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이에 사회를 맡은 김이나는 "잘생김과 패션감각은 타고나는 것"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특히 한류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과 닮은 외모, 패션 감각으로 '탑골 지디(GD)'로 불리고 있다. '탑골' 뜻을 잘 모르겠다는 양준일은 지드래곤하고 비교하는 자체는 지드래곤에게 폐가 되지 않는다면 감사하다고 전했다. 
 
본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면서 다만 "저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한면만 싫어할 수 있다. 그건 인정한다. 저도 저 자신이 안 좋아하는 면이 있을 수 있으니. 다만 그것은 한면이니까 직접 저를 만나보면 싫어하는 마음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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