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층적 FTA·철도공동체'로 뭉치는 韓·中·日…성큼 다가선 '동아시아 경제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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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9-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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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3국 정상 "FTA 체결 공감대"

  • 출범 24년 맞은 WTO 위기 도래…RCEP 등 거세지는 다층무역

  • 文대통령, 동아시아철도공동체 띄우기…中 첫 직접 화답 끌어내

  • 美 반대로 남북철도 본궤도 오를지 미지수…대중·일 난제도 산적

"세계 무역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라." '동아시아 경제통합' 시대의 막이 올랐다. 24일(현지시간)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린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다층적 자유무역협정(FTA)에 속도를 내며 다자 무역체제와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에 도전장을 냈다. 1995년 설립 이후 자유무역의 수호자였던 세계무역기구(WTO)가 위기를 겪는 사이, 지역별·분야별로 묶인 다층 무역체제를 앞세워 새로운 통상 규범 구축에 나선 것이다.

핵심은 '거대한 경제블록' 만들기다. WTO 출범 24년째인 올해 '메가 FTA'는 전 세계 무역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4일 태국에서 인도를 제외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5개국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을 타결했다. 한국 최초의 메가 FTA인 RCEP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으로 꼽힌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중·일 3국의 새로운 경제블록은 한반도 비핵화의 한가운데를 관통한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핵심인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이 대표적이다. 지난 23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회담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에 대한 직접적인 화답을 처음 끌어냈던 문 대통령은 이날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서도 '동북아 다자협력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던졌다.

◆韓·中·日, 전 세계 GDP 1/4··· "이제는 FTA"

이날 오전 청두 세기성(世纪城) 국제회의센터에서 개최된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의 최대 화두는 '3국 FTA'였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경제적으로 운명공동체"라며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과 한·중·일 FTA 협상을 진전시켜 아시아의 힘으로 자유무역 질서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리커창 총리는 "중·한·일 3국은 세계에서 중요한 경제 체제로, 힘을 합치면 동력이 엄청나게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후 가진 공동언론발표에서 "RCEP+알파(α)가 되는 충분한 부가가치를 지닌 일·중·한 FTA를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중·일 3국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0.5%를 시작으로, '2014년 21.2%→2015년 22.3%→2016∼2017년 23.1%→2018년 23.8%'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3국 GDP 총합은 20조1835억 달러였다.

교역액은 6조1183억 달러로, 전 세계 교역액의 18.4%를 차지했다. 인구는 15억9800만명으로, 전 세계의 21% 수준이다. 외환보유액은 중(3조727억 달러)·일(1조2089억 달러)이 1∼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4037억 달러)는 5위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 리커창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중국 쓰촨성 청두 두보초당에서 한중일 협력 20주년 기념 제막식을 하고 있다. 두보초당은 당나라 시인 두보가 머무른 곳이다. [사진=연합뉴스]


◆3국 FTA 체결했다면··· 韓·日 경제전쟁 없었다

한·중·일은 경제적으로 초밀착 관계지만, 3국을 묶는 경제적 연결고리는 느슨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 당시 한·중 FTA가 양국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중·일 3국의 통로 찾기는 동북아 운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중·일 FTA 합의문에 '정치적 이유로 교역을 제한할 수 없다'는 사실상의 의무조항을 추가한다면, 한·일 경제전쟁 등은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2020년까지 70여개국과 FTA를 체결, 전 세계 GDP 90%를 연결하는 FTA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은 한·중·일 3국의 경제블록 형성을 위한 '지지대'로 꼽힌다.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밝힌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남북을 비롯한 중국·일본·러시아·몽골 등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북아 평화경제 플랜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에서 북한을 대화 판으로 이끌 중·러의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리 총리 역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에 대한 참여 의사를 밝혔다. 남북 철도를 잇는 '한반도종단철도(TKR)'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에 반대, 문 대통령의 구상이 본궤도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한·중 정상이 대북 제재 완화에 공감대를 형성하자, 일본 언론은 "'미·일 대 한·중·러'로 재편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중과 한·일 관계를 가로막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복원과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에 대한 해결도 시급, 한국 외교는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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