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사 표기 삭제(하)] ‘깜깜이 정보’로 소비자 알권리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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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9-12-1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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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불안” 청와대 청원글도 올라와

  • 업계 “K-뷰티 키운 곳은 제조사, R&D 경쟁력 저하”

화장품 제조원 표기를 없애면 ‘깜깜이’ 정보로 소비자 알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뢰도를 담보해 온 제조원 표기가 사라지면,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CGMP(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받은 화장품 제조사는 100여개 남짓이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현행법상 CGMP 인증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제조원 표기가 사라지면 인증 받지 않은 제조원에서 만든 화장품을 소비자가 모르고 사용해도 알 길이 없는 것이다. 표기를 없앨 경우 판매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인증이 되지 않은 작은 제조사에 제품 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콜마 기업광고 포스터. [사진=한국콜마 홈페이지]


특히 최근 소셜네트워크(SNS) 기반의 온라인몰에서 인플루언서만 믿고 화장품·건강기능식품 등을 구매했다가 피해를 본 사례가 속출하면서, 제조원 확인은 우리 사회의 필수 조건이 돼버렸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화장품에 표기된 제조원 정보 삭제 요청을 막아주십시오’란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글에는 약 4000명이 동의하며 힘을 보탰다.

청원인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앞으로 제조원이 표시되지 않은 화장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며 “있는 정보마저 삭제해 소비자를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의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이 어떤 제조사에서 생산되는지 알 수 있도록 지금처럼 제조원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제조사들은 정부·여당의 방침인 만큼 일단 따르겠다는 입장이나, 내심 할 말이 많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 제조원 표기 원칙이 상당 부분 역할을 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전 세계에서 업계 1, 2위인 한국 제조사의 표기는 짝퉁 제품 양산의 주범으로 지목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중소 브랜드사 홍보에 톡톡한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일부 뷰티업계에선 정부·여당의 이번 조치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판매자)는 “정부여당이 화장품 생태계를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면서 “K-뷰티가 발달하게 된 이유는 연구·개발을 보유한 제조사들이 많고 이들과의 협력관계가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제조사 관계자들은 “우리가 애써 만든 기술을 왜 유출하느냐”면서 “1사 1처방 원칙에 따라 제조하고 있으며 기술 복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목소리로 억울함을 표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매출의 상당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제품을 직접 만들며 기술력을 높이는 곳은 제조사라는 것이다. 책임판매업자는 대부분 제조사가 만든 제품을 기획·마케팅해서 판매한다. 제조원 표기가 사라지면 제조사가 연구개발에 투자할 유인이 약해져 오히려 K뷰티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런 우려에 대해 “소비자의 불안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화장품 판매에 따르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제조자에게 있지 않고 현재도 판매회사에 있다. 판매자를 명확히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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