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도 근무중?"... 환경부 블랙리스트 재판부 당황하게 만든 '공소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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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19-12-1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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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8년 1월경 사표를 제출했고, 2018년 12월에 사표수리해서 퇴직했네요. A씨는 임기가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네요. 이 부분에서는 검찰의 법리적 주장에 문제될 것 없다고 보입니다. 같은 유형으로 B씨는 2018년 1월경 사표 제출했는데, 본인 임기가 12월 까지네요. 현재는... 근무중?"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2차 공판기일에서 이같이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경우는 사표제출 당시엔 임기 중이었더라도 그 이후 임기를 보장받았고, 지금까지 근무한다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법성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인가"라며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공소장의 임기보장 측면에서 보면 B씨에 대한 범죄인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C씨의 경우도 2017년 4월 임기종료 됐고, 사표는 2018년 1월에 제출했다"며 "임기종료한 사람한테 새로 부임한 환경부 장관이 지시했더라도 사표제출 요청이 위법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검찰은 공공기관법을 근거로 사표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 위법하다고 반박했다. 공공기관법 28조 5항은 '임기가 만료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실제로 사직을 한 것이 범행의 결과라고 생각한 반면 검찰은 사직서를 제출토록 한 행위 자체가 범행의 결과라고 본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앞서 제출한 증거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간 공방도 오갔다.

검찰이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전 청와대 특감반 김태우 수사관은 "이인걸 특감반장이 전체 공공기관 임원 중 야당성향 인원을 추려내 특감반원에게 배부하고 감찰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환경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진행상황을 담은 이메일 등도 제출했다. 검찰은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8개 기관이 적시돼있고, 8개 기관 임원 선임일정을 기재한 것을 청와대에 보고하며 적극 협의해온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장 문제가 되는 문건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동향에 특별한 동요나 반발 없이 사퇴 등 진행중이라고 기재 된 부분"이라며 "업무관련 내용이 아니라 정치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측 변호인은 "사직강요 당한 임원들 경력을 분석하면 '박근혜 정부 당시'라는 경력이 표시됐다"면서도 "한 임원은 폭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다른 임원은 노무현 대통령 당시 공무원으로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라는 것은 편향된 시각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변호인은 검찰 조사 당시 '사표제출을 요구한 사실이 있다면 어떤 경위였나'라는 질문에 한 임원이 "어떤 사람은 지방선거 출마, 임기만료 된 사람 등 이런 경위로 사표제출을 요구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며 "당시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자기가 곧 만료되니 후배직원들을 위해서라면 흔쾌히 제출하겠다, 이미 만료된 후 오래 근무해 사표제출하겠다, 자신은 임기가 남아있고 다 채우고 싶다"는 등의 반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주위적 공소사실 중 "간접정범 부분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공무원들을 '책임이 없는 도구의 역할을 한 간접정범'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환경부 공무원을 시켜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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