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스쿨존] 전문가들 "옐로우카펫 등 모든 교통안전시설, 정책 총동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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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신동근 기자
입력 2019-12-0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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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들 "속도에 따른 사망률 크게 달라"

  • "범칙금 상향조정 등 추가대책 필요…옐로카펫 도입 등 시각적 차별화도 효과

  • 불법주정차·과속 뿌리뽑는 게 우선…"속도제한 단순·이원화 필요"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의 미래가 부모님들이 지어주시는 그 이름처럼 반짝반짝 빛나기를 희망합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이하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9) 군의 아버지는 지난 11월 '어린이들의 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올리면서 이같이 적었다. 또 “아이를 더 낳는 세상이 아니라 있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원한다“고 호소했다.

어린 민식이의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사고는 어린이 교통안전 환경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끌어냈다. 고(故) 김민식 군이 사고를 당한 지 한 달여 만에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스쿨존 내 과속카메라 설치 등을 의무화하고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이른바 '민식이 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최근 국회 내 정치적 갈등 속에서 법안 통과는 지체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스쿨존과 민식이법은 큰 관심을 모은 주제였고, 다음날 문 대통령은 스쿨존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직후 <아주경제>가 취재한 스쿨존 현장은 여전히 아슬아슬했다. 과속단속 카메라는 많지 않았고, 불법 주정차 차량도 많았지만 경찰관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후 서울시와 안산시가 시내 모든 스쿨존에 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어린이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자체들이 독자적인 조치를 내놓고 있으며, 스쿨존 내 경찰 투입을 늘리겠다는 등 대안 발표가 이어졌다.

민식이 법은 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차량의 속도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차량의 속도가 시속 30㎞인 상황에서 차량과 보행자가 충돌할 경우 피해자의 생존율은 90%에 달하며, 차량 속도가 빨라질 수록 생존율이 급격하게 줄어든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단속카메라는 차량 속도를 줄이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다른 조치와 함께 시행할 경우 스쿨존 안전환경은 훨씬 더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한다. "스쿨존에는 교통안전과 관련한 모든 시설을 총동원해 설치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 조언의 핵심이다.
 

[사진=신동근 기자 ]

◆‘속도 감속’과 ‘불법 주정차 근절’ 필수

전문가들은 스쿨존 안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차량의 빠른 속도와 불법주정차를 꼽는다. 심재익 한국교통안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이들은 키가 작아서 주차 차량 사이로 이동하면 잘 보이지 않는다”며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주변에 불법 주차된 차들 사이에서 갑자기 어린이들이 나올 경우 과속 여부와 상관없이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심 연구위원은 특히 “차도와 보도가 구분된 곳은 괜찮지만 구분이 안 된 곳에 불법 주정차가 많다”며 “‘보행자 우선 도로 정책’ 도입을 해야 한다. 이면도로를 보도처럼 포장해 주차 차량을 없애고 보행자가 차량보다 먼저 보호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현재 서울시 일부에서 시행 중인데 심 연구위원은 보행자 우선도로 완성에는 법 개정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도로교통법 8조에 따르면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곳에서는 사람들은 길 양 끝에서 걷게 돼 있다. 즉 보행자보다는 차 중심”이라며 “보행자 우선도로는 보행자가 먼저라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 이를 모든 어린이 보호구역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연구원은 “또한 물리적 속도를 줄이기 위해 횡단보도 자체를 위로 볼록한 모양으로 만드는 '고원형 횡단보도'와 도로 중간에 있는 보행섬을 과속단속카메라와 세트로 설치한다면 속도 제한에 효과적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재 스쿨존의 범위가 좁은데 스쿨존 구간에서는 시속 30㎞로 달려야 하고 그 이전 구간과 이후 구간은 시속 60㎞라 운전자가 스쿨존에 대한 인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도로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는 이면도로의 경우 속도제한을 일괄적으로 시속 30㎞로 제한하는 등 속도 제한 구역을 더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관련 기관과 함께 도심 지역 제한속도를 시속 60㎞ 이하에서 시속 50㎞ 이하로, 주택가나 어린이보호구역 등 보행 안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도로는 시속 30㎞ 이하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현재 시속 30~70㎞까지 제한속도가 다양해 운전자가 고려할 속도제한 종류가 많아 혼동되는 경우가 있다”며 “간선도로에서는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이면도로에는 시속 30㎞로 단순·이원화할 경우 도로의 사고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법 주정차 역시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조 연구원은 “지금은 차로 폭이 3.5m로 넓게 설계돼 있어 불법 주정차도 생기고, 차가 속도도 낸다”며 “차로 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폭이 3m인 도로에서 불법 주정차를 하면 차량이 지나다닐 수 없기 때문에 불법 주정차는 없어지고 폭이 좁아져 차들이 속도를 내지 않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범칙금 과태료 등으로 경제적인 제재 수단을 강화할 수도 있다”며 “등하교 시 탄력적으로 범칙금을 높여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는 4월부터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불법 주정차를 신고할 수 있는 주민신고제를 지자체에 권고했는데, 지난 4일에는 어린이보호구역 전체를 주민신고제 대상으로 삼을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신동근 기자 ]

◆보호구역 확 눈에 띄게···시선끌어 안전확보한 '옐로카펫'

어린이 교통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스쿨존 표식을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이 실시하는 옐로카펫(yellow carpet, 어린이 횡단보도 대기소) 캠페인이 대표적 사례. 시각적 효과를 높여 안전 효과를 높였다. 행정안전부는 옐로카펫 제작과 설치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 배포했다.

옐로카펫은 횡단보도의 벽과 바닥에 노란색 페인트를 칠한 공간을 두는 것으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들어가 머무르고 싶게 하는 넛지효과(nudge effect,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를 노렸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서이초등학교 앞 옐로카펫 설명판 [사진=신동근 기자 ]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서이초등학교 앞 옐로카펫의 모습 [사진=신동근 기자]

 

실제로 효과도 있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연구원의 '옐로카펫 설치 효과 분석연구'에 따르면 옐로카펫이 설치된 횡단보도에서 전체 횡단 대기자 291명 가운데 265명(91.1%)이 옐로카펫 내에서 횡단 대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옐로카펫 미설치 횡단보도에서는 전체 669명 가운데 569 명(85.1%)가 가상의 옐로카펫, 즉 안전이 훨씬 보장되는 구역 내에서 대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옐로카펫이 설치될 경우 안전한 지역에 머무는 보행자들의 수가 증가한 것이다. 

또한 옐로카펫이 설치된 곳에서 차량의 평균속도는 시속 16㎞였으며, 옐로카펫이 건너편에 설치된 차량의 평균속도는 시속 19.1㎞인 것으로 조사 됐다. 이는 일반 횡단보도의 차량 평균속도인 시속 33.6㎞에 비해 시속 10㎞ 이상 줄어든 것이다. 색깔로 확실히 구별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차량들이 속도를 줄이게 하는 효과는 셈이다. 
 

[사진=신동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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