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북미 협상 재개 여려워…北, 2020년에 '새로운 길' 가겠지만…"

정혜인 기자입력 : 2019-12-03 18:18
세종연구소·대통령직속 정책위원회 3일 '세종국가전략포럼' 공동주최 전문가들 "北 '새로운 길', 쿠바모델·군사력 강화·국제연대 포함될 듯" 긴밀해진 북·중 관계 고려한 한·중 전략적 협력과 4자 협상 추진해야
북·미 비핵화 협상 연내 재개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의견 충돌이 지속한 결과로,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갈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새로운 길’에 들어섰고, 내년 초에는 이를 구체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3일 세종연구소와 대통령직속 정책위원회가 공동주최한 ‘2019년 한반도 정세 평가와 2020년 한국의 전략’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내며 이같이 전망했다. 

한반도 주변국 내에서 미·중의 패권전쟁, 한·일 갈등 등 국내 정치적 요소가 더 부각되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영향이다. 또 북·미 간 신뢰가 부족한 것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조성렬 북한전문대학원 교수는 “북·미 모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외교적 방식으로 북한 핵 문제, 한반도 평화체제 등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의 완고한 입장이나 미국의 복잡한 국내 정치사정 등을 고려하면 연내 북·미 실무회담이 열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협상이 연내 진행되고 합의도출은 쉽지 않으리라고 보고, 북한의 ‘새로운 길’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 교수는 북한의 ‘새로운 길’에는 관광사업을 통한 외화확보 이른바 ‘쿠바모델’이 추진될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시설 철거를 지시하고, 독자개발을 시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쿠바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제재 속에서 제재대상이 아닌 관광사업을 통해 체제를 유지했다.

조 교수는 ‘재래식 군사력 강화’도 북한의 ‘새로운 길’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 배경으로 하노이 노딜 이후 한반도 정세가 냉각되면서 북한이 지속해서 단거리 미사일 등의 시험발사를 추진하고, 지난달에는 창린도에서 해안포를 발사해 9·19 군사합의까지 위반한 것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북한이 ‘새로운 길’을 추진하더라도 사실상의 레드라인(한계점)이라 할 수 있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의 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게 된다면 북미·남북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북·중 관계와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중요한 것은 중국의 태도다. 북·중 관계가 개선된 것은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발사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새로운 길’ 속에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연대가 포함된 만큼,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보고, 중국을 도발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3일 세종연구소와 대통령직속 정책위원회가 공동주최한 ‘2019년 한반도 정세 평가와 2020년 한국의 전략’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2019년 한반도 정세 평가와 2020년 한국의 전략'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세종연구소 제공 ]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북한의 새로운 길 선택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봤다. 아울러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과 남북관계 개선은 실현되기 어려운 시나리오로 분류했다. 이어 비핵화 상응 조치를 두고 북·미 간 요구 수준이 극명하게 갈린 것을 이유로 들었다.

북한이 비핵화 상응 조치로 ‘적대시 정책 철회’를 앞세워 요구 수준을 높였지만, 미국의 제시한 상승 조치는 이보다 훨씬 낮았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내년에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고,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낮은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한미가 북한에 매우 과감하면서도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한의 경제 상황이 좋아진 것도 비핵화 협상 진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본부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6월 방북 이후 북·중 경제교류협력의 확대됐고, 북한 경제 상황이 호전됐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 비핵화를 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의 전략적 협력, ‘남북·미·중’ 4자 협상 추진을 제안했다.

정 본부장은 “앞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끌어내기 위해선 한국과 미국이 북한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은 중국과 관계가 좋아졌다고 판단한다”며 “북한의 완전하고도 신속한 비핵화에 공동 이해관계가 있는 한·중 관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삼지연군 방문 소식과 외무성의 대미 압박 메시지가 전해져 북한의 ‘새로운 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은 담화를 통해 ‘연말 시한’을 앞세워 미국을 압박, 자신들이 취한 중대 조치를 깰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중대 조치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합의한 핵 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를 뜻한다.

전날에는 김 위원장이 ‘혁명의 성지’로 불리는 백두산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에 참석했다. 지난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찾은지 두달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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