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신령열전]반인반어의 신화속 존재 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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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논설고문
입력 2019-11-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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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벅스 로고로 되살아난 멜루지네

인어(人魚·mermaid)는 상반신은 젊은 여성의 모습을 하고 하반신은 물고기의 꼬리를 지닌 전설 속 존재로 강이나 바닷속에 산다.
유럽 인어의 원조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이다. 세이렌은 강의 신 아켈로스와 여신 멜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세 명의 자매로, 배가 지나가면 매혹적인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킨다. 세이렌의 외모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데, 기원전 6세기경 제작된 그리스의 도자기에는 여인의 얼굴에 새의 몸통과 날개·다리를 지닌 세이렌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세이렌 일화를 묘사한 로마시대 모자이크화에는 여성의 얼굴과 몸에 새의 날개와 다리를 가진 세이렌들이 등장한다.
‘오디세이아’에는 오디세우스가 어떻게 세이렌의 유혹을 피할 수 있었는지를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아이아이에섬에서 만난 마녀 키르케의 조언대로 세이렌들이 사는 섬을 지나기 전에 밀랍으로 선원들의 귀를 단단히 틀어막고 오디세우스 자신은 돛대에 밧줄로 묶어 놓았더니 세이렌 자매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면서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중세 후반부터 미술작품에 표현된 세이렌은 여성의 상체에 물고기 꼬리가 합쳐진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다가 19세기에 이르러서는 노랫소리로 남자를 유혹해서 잠들게 한 뒤, 생명을 빨아들여 죽게 만드는 ‘팜므 파탈’의 이미지로 발전해 간다.
유럽의 또 다른 인어 전설로는 독일의 로렐라이가 있다. 로렐라이는 프랑크푸르트와 쾰른 사이 라인강 기슭에 있는 120m 높이의 바위로, 근처 강폭이 좁고 심하게 굽어 사고가 많았던 곳이다. 한 소녀가 배신한 연인에게 실망해 이곳에서 몸을 던진 뒤,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자태로 지나는 뱃사람들을 유혹해서 난파시킨다는 전설은 19세기 낭만주의 예술가들에 의해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부활했다. 로렐라이 전설을 다룬 최초의 문학 작품은 작가 C. 브렌타노의 설화시이며 이것이 하인리히 하이네나 아르헨도르프 등의 서정시로 이어졌다. 특히 하이네의 시에 F. 질허가 멜로디를 붙인 가곡 ‘로렐라이’는 예전 음악교과서에도 실려 한국에서도 애창되고 있다.
덴마크의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 공주’에서는 인어를, 인간 남자와 사랑에 빠져 인간이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을 잊은 채, 사랑하는 남자를 물 속에 있는 자신들의 왕국으로 데려가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사가 안데르센의 작품을 바탕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인어 공주’에서 주인공 아리엘은 물 속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하게 지내는 '어린 소녀'와 물 밖으로 나와 '두 발로 스스로 서는 어른‘의 세계 사이에서 갈등한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의 문장에는 방패와 칼을 든 ’시렌카‘라는 인어가 그려져 있다.
전 세계 64개국에 2만3000여개 매장을 거느린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Starbucks)는 초록바탕에 별 아래 왕관을 쓰고 두 갈래 꼬리를 가진 인어 로고로도 유명하다. 두 갈래 꼬리를 가진 인어는 프랑스와 독일 일대의 전설에 등장하는 멜루지네다. 어느 기사가 숲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기사는 여인에게 청혼했고, 여인은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을 하루종일 방안에 머물게 내버려 두되 절대로 엿보아서는 안 된다는 약속을 지키는 조건으로 결혼을 승낙한다. 기사는 처음에는 그 약속을 잘 지켰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여인에 대해 다른 남자와 밀회하는 것이 아니냐고 입방아를 찧자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약속을 어기고 방안을 엿보니 아내가 커다란 통에 물을 채우고 들어가 있었는데 상반신은 아름다운 여인이었지만 하반신은 물고기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기사는 경악했고 기사가 엿보는 것을 알아챈 부인은 분노와 슬픔 속에 그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해양문화의 발달로 인어가 고독한 항해자인 남성의 성적 욕망을 투사하기에 적합한 아름다은 여인으로 묘사되는 반면, 중국에서는 가부장적 전통의 관례에 따라 남성으로 묘사돼 있다. 고대 중국의 인문지리서 ’산해경‘에는 상반신은 남성인데 하반신은 물고기인 인어아저씨 저인(氐人)이 등장한다. <논설고문·건국대 초빙교수>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작. 인어[사진=구글 이미지]

아름다운 멜루지네. 율리우스 휘브너작.[사진=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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