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팀 선수 10명 중 1명은 성폭력 피해…신체부위 촬영 피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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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19-11-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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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실업팀 성인 선수 1251명 인권실태 조사

  • 신체폭력 피해 선수 중 67%는 아무런 대처 못 해

 

[사진=연합뉴스]


30대 초반의 여성 운동선수는 시합이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매일 술자리에 끌려갔다. A 씨는 "감독님 누구하고 친분을 쌓기 위해 술자리를 만들고, 회식 자리에 선수들을 데리고 나간다"며 "강압적으로 여자선수들한테 감독님 지인들을 소개해 계속 연락하라고 했다"고 고백했다.

실업팀 선수 10명 중 1명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당한 비율도 여성 선수가 남성 선수에 비해 4배가량 높아 여성 선수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피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 인권 특별조사단(조사단)이 25일 발표한 ‘실업팀 선수 인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실업팀 성인선수 1251명 중 143명이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66명(5.3%)은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경험했으며 여성 선수(8.4%)가 남성 선수(2.2%)보다 더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후반의 여성 운동선수는 "시합 끝나고 카메라가 집중됐을 때 감독님한테 뛰어와 두 팔 벌려 가슴으로 안기지 않았느냐"며 화를 낸 감독도 있다고 밝혔다. 또 "어떤 지도자분들은 고등학생 여자선수에게 술 마실 때 무릎 위에 앉아보라"고 강요한 사실도 언급했다. 특히 조사단은 여성 선수 11명, 남성 선수 2명이 신체 부위 촬영 피해를 경험한 사실도 확인했다.

실업팀 여성 선수들은 결혼 및 임신, 출산에 따른 고충도 털어놓았다. 30대 초 여성 선수는 "아이를 가지려고 준비한다고 했을 때 명단에서 저를 제외하려 했다."며 "한국에서는 아이를 낳고 30대 중후반이 되면 다들 그만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침해에도 피해 선수 중 절반 이상은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 신체폭력을 경험한 선수 중 67%는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고, 38.5%는 괜찮은 척 웃거나 그냥 넘어갔다고 답했다. 싫다고 분명히 말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는 6.6%에 그쳤다.

인권위는 "여성 지도자 임용을 늘려 스포츠 조직의 성별 위계관계 및 남성 중심 문화의 변화를 통한 인권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부처와 대한체육회에 인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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