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日아베 만나 "국가간 분쟁, 대화만이 해결 가능"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세미 기자
입력 2019-11-25 22:0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교황, 도쿄돔서 5만여명 참가 미사 집전

  • 나루히토 일왕 만나 20여분간 환담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일 사흘째인 25일 저녁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총리 관저에서 만났다. 교황은 아베 총리와 핵무기 폐기,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사형제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전날 방문한 원자폭탄 피폭지인 나가사키·히로시마와 관련, 원폭에 의한 파괴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핵 문제는 한 국가가 아닌 다자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도 했다.

교황은 특히 "민족 간, 국가 간 분쟁은 가장 심각한 경우라도 대화를 통해서만 유효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또 각 나라와 민족의 문명은 경제력이 아니라 곤궁한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얼마나 큰지, 출산율이 높은지, 생명을 키울 능력이 있는지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권적인 극소수의 사람이 엄청난 부를 누리는 반면 세계 대부분의 사람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고 불평등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교황은 "지구는 우리가 젊은 세대로부터 빼앗는 소유물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넘겨줘야 할 귀중한 유산으로 봐야 한다"며 환경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내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해선 "인류 전체의 행복을 구하고 연대 정신을 기르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사형제에 대해선 "생명을 지키고 인류 전체의 존엄과 권리를 한층 존중하는 사회질서가 형성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는 말로 폐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면서, "일본과 바티칸은 평화, 핵 없는 세계의 실현, 빈곤 퇴치 등을 중시하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것은 2014년 6월 아베 총리의 교황청 방문 당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앞서 교황은 도쿄돔에서 5만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등 한국 주교 12명도 일본주교회의 초청에 응해 참석했다.

교황이 특별 제작된 오픈카를 타고 약 20분 동안 행사장을 돌자 참가자들은 바티칸과 일본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미사 집전에 앞서 교황은 이날 도쿄 왕궁에서 나루히토(德仁) 일왕을 만났다.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에 따르면 교황과 일왕의 이날 환담은 20여 분간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렇게 뵙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어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방문해 주시고 오늘은 동일본대지진 이재민을 만나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교황에게 인사말을 했다.

교황은 "9살 때 부모님이 나가사키·히로시마 원폭 뉴스를 듣고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이 마음속에 강하게 남아 있다"며 전날 두 곳을 방문한 자리에서 핵무기 폐기를 호소한 것은 그런 본인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나루히토 일왕에게 로마 시대 화가인 필리포 아니비티의 '티투스의 아치뷰'를 바탕으로 바티칸 모자이크공방이 만든 작품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이날 오전 동일본대지진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청년과의 모임 행사에도 참석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언급하며 "우리에게는 미래의 세대에 큰 책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장래의 에너지원과 관련해 "용기 있는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원폭 피폭지를 방문해 핵무기 없는 세계를 강조한 데 이어 원전 없는 사회에 관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일본 방문 나흘째인 26일 오전 도쿄 예수회와 가톨릭 계열 학교인 조치(上智)대를 방문하는 것으로 방일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