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칼럼] 제재로 옥죄도 버티는 北...먹고 사는 비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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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입력 2019-11-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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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석좌연구위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체제 붕괴전략과 군사적 옵션을 제쳐두는 대신 경제제재 카드를 통해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였다. 미국은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제재의 고삐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함으로써 제재로 인한 고통이 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하였다. 북한은 제재를 버틸 수 있는 내구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미협상에서 제재 철회를 얻어내려는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 연말이면 대북 제재가 강화된 지 2년이 된다. 과연 제재는 북한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북한은 결국 제재를 못 견디고 핵을 포기할까? 북한이 제재를 견딜 수 있다면, 그 비법은 무엇일까? 북한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만약 제재가 효과가 없다면 비핵화를 위해 어떤 대안이 있을까? 이런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하기 어렵다. 북한은 여전히 내막을 알기 힘든 수수께끼이다.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쌀 값, 휘발유 가격, 기타 생필품 등의 가격은 대체로 안정되어 있고 환율도 변동성이 크지만 안정적 추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제재에 대한 북한의 내구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제재가 효력이 있으려면 제재를 가하는 측과 제재를 받는 측에서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유엔의 대북 제재를 볼 때, 제재 성패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대북 제재에 동조하면서도 북한의 숨통을 유지하는 선에서 대북 제재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중국은 국경 무역, 원유 등 전략물자 거래, 북한 노동자의 체류 허가, 중국인의 관광 허가 등의 완급을 조절함으로써 북한경제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 작년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빈번한 방중과 시진핑 주석의 방북에 의해 북한경제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대북 제재에 동참시키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을 포함한 전략적 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은 관세부과를 대중 압박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북한과 거래를 한 훙샹그룹, ZTE 등 중국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북·중교역의 규모가 적기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인해 중국이 입을 경제적 피해는 미미하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해 관세 및 비관세장벽, 투자 규제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또한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필요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리고 제재대상인 북한의 특수성이 제재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 북한의 낮은 대외의존도, 내핍생활에 익숙한 주민, 제재 회피를 위한 우회적인 방안 강구 등이 제재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를 보면, 북한의 지하자원·섬유 등에 대한 수출 규제로 인해 대중무역의 적자가 증가하고 외화부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북한은 외화부족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북한은 부족한 외화를 메우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축적해 놓은 외환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인력 수출과 관광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유엔 제재에 의하면 올 연말 해외 파견 인력의 체류가 종료되는데, 북한은 단기 방문이나 취업 등 우회적 방법을 통해 제재를 비켜가려고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원산·갈마지구, 양덕군 온천지구 등 관광시설 건설에 열성을 보이는 것도 관광 수입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인의 북한관광은 부족한 외화를 메우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또한 북한은 해킹, 밀무역 등 불법수법에 의해 외화획득을 도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회담에서 제재완화를 얻어내는 데 실패한 뒤 ‘새로운 길’을 언급하는 한편, 제재가 지속될 것에 대비해 부쩍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새로운 길은 북·중 및 북·러 관계 강화, 핵미사일 개발 능력의 유지, 새로운 미사일 시스템 개발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북한은 자력갱생과 함께 과학기술 중시, 과학기술 인재 육성, 국산화 등에 의해 활로를 모색하려고 한다.

북한은 외화 확보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자력갱생을 내세움으로써 그럭저럭 견딜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의 고민은 제재가 지속되는 한 ‘단번 도약’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더욱이 내년은 당 창건 75주년이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마감하는 해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민들에게 약속해 온 국가발전과 인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 것이다.

그동안 시장화를 통해 생존전략을 터득해 온 주민들은 당국에 어떤 혜택을 기대하기보다, 자신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당국의 규제와 통제가 완화되기를 희망한다고 할 수 있다. 시장화세력의 입장에서 볼 때, 경제적 성과 없이 내핍과 동원만을 강조하는 자력갱생은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력갱생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시장활동의 확대로 나타날지, 당국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될지, 중간 간부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올겨울, 외화·원유·생필품의 부족, 주민의 불만, 시장화 및 무역에 깊이 연관된 간부층의 불만 등을 바라보는 북한 지도층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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