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세대 레볼루션] IT를 이끄는 5인... 김준구·정주환·최재호·박재욱·송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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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정명섭 기자
입력 2019-11-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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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덕후’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웹툰 세계화 주역되다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MAU) 6000만명 돌파. 지난해 대비 웹툰 유료 결제액 2배 성장, 북미 결제액 전분기 대비 70% 증가. 네이버웹툰이 지난 3분기에 거둔 성과다.

네이버웹툰의 인기 연재작 ‘녹두전’, ‘타인은 지옥이다’, ‘쌉니다 천리마마트’는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드래곤볼과 나루토 제작·유통으로 유명한 크런치롤과 파트너십을 맺고 네이버웹툰 IP(지적재산권)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네이버웹툰의 궁극적 목표는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네이버웹툰을 이끄는 김준구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덕업일치(좋아하는 일과 직업의 일치)’계에서 성공의 아이콘으로 손꼽힌다. 그는 한때 8000권 이상의 만화책을 모았을 정도의 ‘만화 덕후’다.

1977년생인 그는 2004년 네이버에 신입 개발자로 입사했다. 2004년은 네이버가 웹툰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시기다. 경쟁 포털 다음(Daum)이 ‘만화 속 세상’이라는 서비스를 이미 시작했다. 웹툰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기였고, 네이버 내에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당시 김 대표는 오로지 만화가 좋다는 일념 하나로 만화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을 자청했다.

네이버웹툰은 2005년부터 정식 서비스가 시작됐다. 초기에 바나나걸(작가 김진태), 골방환상곡(워니·심윤수) 등 공감물을 올렸다. 김 대표는 이후 조석(마음의 소리), 김규삼(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쌉니다 천리마마트), 정다정(역전 야매요리), 기안84(패션왕) 등 인기 작가를 발굴하는 데 성공, 웹툰 서비스가 자리를 잡는 데 기여했다. 마음의 소리는 2018년까지 연재돼 최장수 웹툰에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는 유명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도제식 교육을 받는 기존 만화계의 작가 육성 방식을 완전히 깨뜨렸다. ‘도전 만화’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다. 도전 만화는 아마추어라도 누구나 작품을 연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이디어와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정식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여기에 웹툰을 통해 발생한 수익의 50~70%를 작가와 나누는 상생안을 도입했다. 연재 창작자 중 62%인 221명은 네이버웹툰 플랫폼에서만 연간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으며, 전체 작가의 평균 연수익은 3억1000만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네이버웹툰 성장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웹툰&웹소설 CIC 대표에 이어 2017년부터 네이버로부터 분리한 네이버웹툰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2014년엔 미국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차세대 리더 12인'에 들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전통의 만화 산업이 인터넷상의 저작권 위반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웹툰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사진=네이버웹툰 제공]

◆ 택시기사 아버지 보며 택시들의 애환 깨달아... 한국에 맞는 차세대 모빌리티 만든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택시가 서울 시내를 거침없이 질주 중이다. 지난 두 달 사이 KM(Kakao Mobility) 브랜드를 단 택시 숫자는 480대로 늘었다. 올해 안에 600대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9월 택시운송가맹사업자인 '타고솔루션즈(현 KM솔루션즈)'를 인수해 법인택시 사업에 뛰어든 이후 진화택시(강남구), KM1(강남구), KM2(노원구), KM3(중랑구), KM4~6(마포구) 등 7곳의 법인택시 회사를 사들이며 서비스 범위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했다. 또한 타다처럼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대형 택시 '카카오 벤티'의 연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러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을 이끈 인물이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다. 그는 택시기사였던 아버지를 보며 높은 노동강도와 적은 수입에 시달리는 택시기사의 어려움을 알게 됐고,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를 기획하며 이용자들이 기존 택시 서비스에 많은 불만을 가진 것을 알게 됐다. 승차 거부 없고 친절하며 기사 월급제로 운영되는 카카오택시는 이러한 양측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정 대표의 해법이다.

1978년생인 정 대표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기술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SK커뮤니케이션즈와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사업전략과 신사업 개발을 담당했다. 이어 넥스알에서 사업총괄이사를, 넥스알이 KT에 매각된 뒤에는 써니로프트라는 스타트업을 세워 데이트 앱 사업을 진행했다.

2013년 카카오가 써니로프트를 인수하면서 정 대표와 카카오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카카오의 모빌리티 사업에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카카오T 출시와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 인수를 주도했다. 두 가지 서비스가 지금의 카카오택시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공식 출범하면서 대표이사를 맡아 국내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가 추진한 사업이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초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에 추가 요금을 내면 택시를 강제로 배차해주는 강제배차와 택시기사에게 승객의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는 스마트호출 기능을 선보였지만, 국토부와 서울시의 반대뿐만 아니라 택시기사들의 외면까지 합쳐져 실패했다. 정부에는 택시 요금 상승으로, 기사들에겐 이점이 없는 서비스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252억원에 인수하며 야심 차게 추진한 카풀 사업도 정부와 택시 기사의 반발에 부딪혀 시범 서비스 출시 1달 만에 중단해야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정 대표는 정부와 택시기사를 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에 나섰고, 그 결과가 카카오택시다.

정 대표는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은 데이터라고 강조한다. 카카오T와 카카오택시로 수집한 택시 운행 데이터를 통해 정 대표가 내린 결론은 '서울 시내에 택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 택시가 없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카카오택시에 데이터 중심 운영을 도입, 적재적소에 택시를 배치함으로써 필요할 때 택시가 없다는 이용자들의 불편과 과도한 택시 밀집으로 인한 시내 교통 정체를 해결해나갈 계획이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사진=카카오모빌리티 제공]

◆ ‘한국형 링크드인’ 만든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

직장인들을 명함 관리에서 해방시켜준 스마트폰 앱이 있다. 바로 ‘리멤버’다. 리멤버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명함을 촬영하면 회사명과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등의 정보를 자동으로 저장해주는 서비스다.

리멤버를 서비스하는 드라마앤컴퍼니의 최재호 대표는 1982년생으로, 경기과학고와 KAIST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딜로이트컨설팅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6년간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개인의 성장과 성취를 위해 높은 연봉 뿌리치고 2013년 7월 드라마앤컴퍼니를 창업했다.

최 대표는 리멤버를 개발하기 전에 직장인들이 명함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해주는 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존에 있던 외국계 명함관리 앱은 정확도가 떨어져 외면을 받았다. 이에 최 대표는 명함을 관리하는 ‘비서’ 역할을 할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 2014년 1월 리멤버를 처음 선보였다.

후발주자였지만 타이피스트들을 동원해 직접 수기로 명함을 입력하게 해 정확도를 높였다. 최근에는 이미지 인식 기술(OCR)을 병행해 명함 입력 속도는 높이면서도 비용은 낮췄다. 리멤버는 현재 이용자 수가 3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직장인 필수 앱이 됐다.

최 대표는 나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링크드인(Linked-in)’과 같은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멤버 커리어’를 통해서다. 이는 헤드헌터와 기업 인사팀이 회사와 직무, 업종, 직급별로 경력직 인재를 직접 검색하고, 이직 제안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리멤버 커리어는 프로필과 이력서를 외부에 공개하는 링크드인과 달리 폐쇄적인 구조다. 이직 의향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한국 문화에 맞춰 서비스를 설계했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사진=드라마앤컴퍼니]


◆ 타다로 한국형 모빌리티 시장 개척한 박재욱 VCNC 대표... 낡은 법과 규제에 아쉬움 드러내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를 빼놓고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합법과 불법의 모호한 경계에 걸쳐있다는 평가와 별개로 타다는 꾸준히 성장하며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10월 서비스 1주년을 맞이한 타다의 서비스 규모는 차량 300대에서 가입자 수 125만명, 운행 차량 대수 1400대, 드라이버 9000명으로 급증했다.

타다는 지난 30년 동안 변화 없이 관성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던 택시 업계에도 경각심을 줬다. 이에 택시업계의 악습인 승차거부와 사납금 없는 월급제 택시가 등장했다. 경쟁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다.

이러한 타다의 운영사인 VCNC와 쏘카의 중역을 맡은 인물이 박재욱 VCNC 대표다. 1985년생인 그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인포뱅크에 근무하며 모바일 메신저 '엠앤톡'을 개발했다. 이후 VCNC를 창업, 2011년 커플 메신저 '비트윈'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모바일 앱 사업에 나섰다. 2018년 7월 이재웅 쏘카 대표가 VCNC를 인수하면서 쏘카와 인연을 맺었고, 이재웅 대표와 함께 10월 타다를 출시했다.

박 대표는 기술기업 타다를 성장시킨 인물이다. 타다가 택시보다 적은 운행 대수와 차고지 배차 시스템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택시처럼 서울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가 박 대표와 VCNC 개발자들이 만든 정교한 배차 시스템에 있다. 시스템을 구축해 드라이버가 차량 운행에 개입할 여지를 최소화함으로써 전체 서비스 품질 향상과 균등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그는 검찰이 자신과 이재웅 대표를 기소한 것을 두고 "(검찰이) 이용자 편의를 위해 타다가 드라이버 음주운전 검사, 복장 가이드라인 제정, 불친절·난폭운전 드라이버에 대한 배차제한 등을 실시한 것을 두고 근로자에게 지휘감독을 한 것이라 불법이라 하고 있다. 법과 규제가 과거에 만들어졌어도 적용은 미래를 보고 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편익을 최우선으로 새로운 법과 규칙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낡은 법으로 신사업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재욱 VCNC 대표.[사진=연합뉴스 제공]


◆ 미국 AI 기업에 지분 매각하고 500억원 성공적 엑시트... 송기영 수아랩 대표

지난 10월 미국 나스닥 상장 인공지능(AI) 기업 코그넥스가 한국 AI 스타트업 수아랩을 1억9500만 달러(약 2300억원)에 인수했다. 국내 기술 스타트업의 해외 인수·합병 사례 중 최대 규모다.

수아랩은 컴퓨터 비전 AI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로, 생산 공정에서 불량품을 찾아주는 AI 소프트웨어 '수아킷'을 개발해 삼성전자, LG전자, 한화, SK 등 국내 대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수아랩은 송기영 대표가 2013년 서울대 출신 AI 연구자들과 공동 설립했다. 1982년생인 그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재학 시절 컴퓨터비전 기술을 접하고 2012년 인텔코리아에 입사해 AI 기술을 익혔다. 2013년 수아랩을 설립한 후 코그넥스에 자신이 보유한 수아랩 지분 25.54%를 매각, 약 500억원의 돈을 받았다.

송 대표는 앞으로도 코그넥스의 일원으로 AI 기술 연구에 매진할 방침이다. 그는 "수아랩 설립 때부터 인공신경망과 컴퓨터 비전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며 "코그넥스에서 더 많은 고객이 더 빠르고 쉽게 비파괴 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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