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막전막후] 절박한 마음 홀리는 수십만원 부적…"용한 기도는 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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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류혜경· 박연서 기자
입력 2019-11-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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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험 앞 20만~30만원 넘나드는 부적 판매자들 아직 많아

  • "효험 의심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 있어 구매"

 

[사진=아주경제 DB]


11월 14일. 전국의 수많은 수험생들을 긴장시키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유통가에서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며 수능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수험생과 학부모의 관심을 끄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시험에 대한 불안을 기반으로 매년 쏠쏠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부적 비즈니스'다. 

지난해 수능을 치렀던 김아무개(20) 씨는 수능을 며칠 앞두고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한 절 앞에서 3000원짜리 부적을 구매했다. 김 씨는 "값싼 부적이 아무런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부적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 조금은 위안이 됐다"고 회상한다. 

이런 불안감은 부적 비즈니스에는 가장 큰 자양분이 된다. 지난 12일 수능을 이틀 앞두고 찾은 서울 조계사 앞의 한 상점에도 수능 관련 물품들이 눈에 띄었다. 평소에는 부적, 염주, 달마도 등 각종 불교 물품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지만, 수능 시즌이 돌아오면서 합격 부적을 전면에 배치했다. 기자가 가게에 들어서서 “수능···”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상점주인은 합격부적과 공부부적을 내어 보여줬다. “요즘 수능을 위해 합격부적을 많이 사간다”고 주인은 귀띔했다. 가격은 3000원, 2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절 주변에서 파는 부적들이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저렴한 것들이라면 조금 더 전문적(?)인 곳에서 파는 부적들은 가격이 얼마나 될까? 수능을 불과 이틀 남겨둔 12일 온라인에서 ‘수능부적’을 광고하는 무속인들에게도 가격을 문의했다. 가격은 절 주변의 100배를 넘어섰다. 평균이 20만원에서 30만원에 달했다. 

온라인에서 전화를 걸어 수능 부적을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문의하자 무속인들로부터 각각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무속인 A는 “수능합격 부적은 20만원”이라며 “고객 정보를 알려주면 만들어서 보내준다”고 말했다. 무속인 B는 “남은 2일과 수능 날까지 초를 켜고 기도하는 비용과 부적을 포함해 37만원”이라며 “요즘 많이들 찾는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효험이 있느냐”고 물으니 “안 하는 것보다 낫다”며 “시험을 잘 보는 게 효과다”라고 답했다. 

이틀을 남겨두고는 부적이 효험이 없다는 무속인도 있었다. 일부 무속인들은 “너무 늦게 연락했다”며 부적 대신 ‘공’을 들이라고 권했다. 무속인 C는 “부적이 마르는데 3일은 걸리는데 지금은 못 한다”며 “대신 기도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도를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50만원이었다. 수능부적도 50만원이라고 했다. 부적과 기도를 모두 하면 100만원이 드는 셈이다. 그는 부적과 기도 효과에 대해 “불안감을 없애주고 아는 것을 틀리지 않게 해준다”며 “몰라서 찍은 것도 맞게 운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2000원부터 50만원까지 호가하는 부적이지만 효과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다. 온라인에서 부적을 판매하는 전문업체 관계자는 “부적 가격은 원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부적에 하는 기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비싸다고 좋고 싸다고 안 좋은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프라인에서 부적을 판매하던 판매자는 “요즘에는 법당에 가서 기도를 하지 부적에 의존하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최근 정시 비중이 늘면서 수능시험을 타깃으로 한 부적 가격은 다소 떨어졌다는 말도 나왔다. 부적 문의를 받은 한 무속인은 "예전보다는 수능으로 대학 가는 애들이 줄면서 시험 자체를 위한 부적도 가격이 다소 떨어졌다"고 밝혔다. 입시 제도에 따라 부적 비즈니스의 가격도 조정되는 셈이다.

내년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을 둔 학부모 이아무개(47) 씨는 "종교가 따로 있기 때문에 내가 나서서 부적을 살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아이가 시험을 앞두고 부적이라도 가지고 싶다고 한다면 말리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 "아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 100일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한 절을 찾아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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