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제조업 겨울, 기업을 살려라

곽재원 수석 논설위원 입력 : 2019-11-11 18:27
 

[곽재원 교수 ]


[곽재원의 Now&Future] 세계 경제가 ‘제조업 불황’으로 향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2018년 봄부터 자동차와 IT(정보통신기술)를 포함한 제조업이 순환적으로 하강국면에 들어갈 무렵, 미·중 무역마찰의 장기화, 영국의 합의 없는 EU 이탈가능성 고조 등의 역풍이 불었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18년 3.6%에서 2019년 3.1%로 감속했고, 2020년에도 3.3%의 약한 회복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019년 2분기(4~6월) 성장률은 중국(전년동기비 6.2%), 유로권(0.8%), 미국(2.0%), 일본(1.3%) 모두가 1분기의 성장률을 밑돌아 주요국 경제의 감속 현상이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미·중 간의 제재 관세가 거의 전(全) 품목으로 확대될 경우 구매력 저하로 인한 소비 감소 효과뿐만 아니라 향후 보복 관세의 향방에 대한 불투명성 때문에 기업이 설비투자를 미루면서 미국 경기후퇴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공장 르네상스’를 내세우며 대선 캠페인을 벌인 지 3년이 지난 지금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상무부 통계를 인용해 지난 2분기에 제조업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그쳐 72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부동산 13.4%, 전문직·비즈니스 서비스 12.8%, 정부부문 12.3%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1960년대 GDP의 25%를 차지하며 미국 경제성장의 원동력 역할을 했던 제조업이 크게 쇠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었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주에서는 미·중 무역마찰과 세계경기 위축으로 일자리가 계속 줄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이 기업들의 공급사슬(서플라이 체인)을 교란시키고, 투자를 방해하며, 고용을 지체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독일에서도 제조업 쇠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과 중국을 향한 수출둔화와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 부진의 영향으로 독일의 제조업 생산이 기력을 잃고 있다. 독일은 2019년 0.6%의 성장에 머물며 경기후퇴 국면 직전까지 갈 것으로 전망된다. ECB(유럽중앙은행)은 올 9월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재개를 했으나 그 효과는 작았다.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전환하는 것도 늦어져 유로권 전체로서도 경기후퇴 직전까지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공장인 중국의 제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투자 증가율은 2018년 9월을 피크로 감속한 뒤 2019년 들어서도 좀처럼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제조업 부진과 미·중 무역마찰의 격화 등 수출 감소 압력이 중국제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마찰의 영향이 수출뿐만 아니라 투자에도 미칠 경우 중국 경기의 감속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2020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감세 등을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경제 전망이 워낙 불투명해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입장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내놓은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효과는 한정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국가통계국과 중국물류구입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10월의 제조업구매담당자 경기지수(PMI)는 전월보다 0.5%포인트 낮은 49.4로 50을 6개월 연속 밑돌았다. 경기 회복을 나타내는 50선을 계속 넘지 못한 것이다. 중국기업의 투자의욕 부진을 상징하는 통계다.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는 “미·중 무역마찰이 계속되면서 중국경제가 자율적인 회복력을 되찾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제조강국으로서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 사정은 마찬가지로 제조업 불황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전기, 스미토모중공업, 아사히글래스, 후지전기 등 대표적인 제조업체들은 올해 경영실적 전망을 잇달아 하방 수정하면서 모든 원인을 중국으로 돌리고 있다.

한국도 미·중 무역마찰에 의한 경기악화로 설비·인프라 투자를 줄였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FA(공장자동화)기기와 건설기계 등에서는 회복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정학적 위기가 이렇게까지 비즈니스를 흔든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진단처럼 한국의 제조업은 자칫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들 수 있다. 세계 경제의 쇠퇴,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경제 보복, 북핵 문제 등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좋지 않다. 재계가 내년을 향해 일제히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있는 이유다.

내년 주요국 경제는 제조업 불황의 영향으로 올해보다 저조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주요국들 경제에서 차지하는 제조업의 중요성을 한층 부각시키고 있다. 뒤집어 보면 제조업 불황 타개책이 경기 활성화 대책이 된다는 애기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지난 7월 오는 2030년 제조업 세계 4강을 목표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제조업 부가가치비율을 25%에서 선진국 수준인 30%로 끌어올리고, 생산액 가운데 신산업·신품목 비중을 16%에서 30%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크게 늘렸다. 내년도 확대 재정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게오르규 에바 IMF 전무는 최근 세계경제 전망을 하방 수정하며 재정 동원의 여력이 있는 나라로 독일과 한국을 거론했다. 재정 규율을 중시해온 IMF가 특정국가에 재원 사용을 권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 정부는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과 2020년도 일반예산을 일체로 하는 대형예산으로 경제대책을 책정했다. 한국 정부도 확대재정 기조 아래 소재·부품·장비 전략, AI 전략 등이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된다. 이 전략들은 제조업 르네상스와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책의 입안·실행·검증의 주체가 모두 정부가 중심이라는 점이다. 정책을 기민하게 실행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민간과의 ‘2인3각’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민생 경제투어는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강한 리더십 아래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보다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제조업 불황을 극복해야 우리 경제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곽재원 수석 논설위원   kjwon5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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