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요즘 대학생 주말에 뭐하냐고요?…“무박 2일, 어플리케이션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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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19-11-0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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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대 IT벤처 창업 동아리 SOPT, ‘솝커톤’ 개최

  • 기획 디자인 개발 파트 8~9명 한 팀…프로젝트 결과물 ‘뚝딱’

  • “IT 사랑하는 대학생 많아…창업 준비 위한 공간 늘어나야”

“기획자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어떤 문제를 어느 정도 개발로 해결할지 명확히 이야기하고, 가지고 있는 자원을 잘 활용해야 짧은 시간에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이신일 SOPT 기획파트장)

지난 2일 토요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는 80여 명의 대학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8~9명의 기획‧디자인‧개발 파트 구성원이 팀을 이뤄 무박 2일 동안 개별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솝커톤’ 행사 현장이었다. 솝커톤은 국내 최대 규모의 IT벤처 창업 동아리 ‘SOPT’가 주최하는 행사로, 내년 초 진행하는 자체 해커톤 ‘앱잼’ 참가 전 파트원 실력과 협업 능력을 높이기 위해 개최됐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 무박 2일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보는 '솝커톤' 행사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약 80명의 대학생이 참가해 기꺼이 주말을 반납했다.(사진=신보훈 기자)]


오후 8시, 솝커톤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자 곳곳에서 “화이팅”이라는 외침이 들렸다. 주제는 할로윈이었다. 코스튬, 신촌, 사탕, 호박 등 떠오르는 단어를 브레인스토밍한 뒤, 소비자가 원하는 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 논의가 오고 갔다. 개발 및 디자인에 들어가기 전 팀원 모두가 참가하는 기획회의를 통해 프로젝트 방향성을 정하는 출발점이었다.

“아이디어가 4개 나왔는데, 개발파트에서 기술적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제시해주면 시간 내 구현 가능한 구간을 정하기 쉬울 것 같아.”

“타임 테이블상 아이디어를 선택할 시간이야. 각자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 2개씩만 손들고, 혹시 내가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 같으면 이야기해줘.”

솝커톤의 핵심은 분업과 협업이었다. 구성원 의견을 모아 프로젝트 방향성을 정하면 기획-디자인-개발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파트별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기획자가 와이어 프레임을 그려 디자인 파트에 넘기면 디자이너가 그래픽을 입히고, 이후 개발자가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개발이 완료될 즈음에는 기획 파트에서 발표 자료를 준비하고, 디자인 파트는 또다시 시각 자료를 업데이트해 약 17시간 동안 ‘원팀’으로 움직인다.
 

[솝커톤은 기획 디자인 개발 파트원 8~9명이 '원팀'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각자 역할이 분담된 만큼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기 전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소통과 협업은 필수다.(사진=신보훈 기자)]


3일 오전 1시, 새벽이 되자 기획회의 중 터져 나오던 웃음소리는 현저히 줄었다. 디자인 초안이 나오면 팀원 전원이 한 컴퓨터 앞에 모여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고, 개발 단계를 점검했다. 기획했던 아이디어를 한 단계씩 구현하고, 그 모습을 확인한 팀에서는 박수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운영팀과 미디어팀도 바쁘게 움직였다. 행사를 기획하는 운영팀은 솝커톤 내내 시설 사용에 문제가 없도록 지원했고, 미디어팀은 참가자의 모습 한 장면 한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오전 3시가 넘어가면서 목소리 톤이 크게 낮아졌다. 힘에 부칠 시간이었다. 책상 위에는 커피와 고카페인의 에너지 드링크 음료가 쌓여 갔다. 하지만 대화 속도는 느려지지 않았다. 개발 단계에 들어가서는 안드로이드‧IOS‧서버 파트장이 기술적 조언을 해주는가 하면,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대화도 오갔다. 팀 내에서 처리하지 못한 문제는 다른 팀원과 상의하며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윤선 디자인 파트장은 “사용자가 볼 수 있는 GUI를 입히는 작업이 절반 정도 진행되고 있다. 일찍 끝내면 지금도 마무리할 수 있지만, 작업자마다 속도가 다르고 결과물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며 “(솝커톤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러프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전 5시 30분. 졸음을 견디고, 잠이 깨는 시간을 지나 각성하는 시간이다. 9시 50분까지 시스템 개발과 발표 자료 준비를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막판 집중력을 쏟아 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이 돌아가도록 데이터 모델링을 하고, 정보처리를 가능하게 지원하는 서버 파트원들도 목표치 대비 70%까지 작업을 마친 순간이었다.
 

[무박 2일간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뒤, 오전 10시부터는 프로젝트 발표 시간이다. 기획 파트원 중 한 명이 5~10분간 PT 발표를 하고 다른 팀원들의 질문을 받았다.(사진=신보훈 기자)]


날이 밝고, 오전 9시가 되자 대다수 팀이 개발을 마무리했다. 작업을 끝낸 팀은 엎드려 쪽잠을 청하고, 몇몇 팀은 마지막까지 발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오전 10시 10분부터 진행한 발표 시간에는 할로윈에 파티를 등록해 다른 사람과 즐길 수 있는 ‘팥팅’, 코스튬 시장을 분석해 코스프레 의상을 추천해주는 ‘할로픽코’, 세계인의 코스튬 랭킹 플랫폼 ‘할로윈’ 등이 결과물로 선보였다. 각 서비스를 상용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솝커톤의 목적이 실력 점검과 협업 경험에 있는 만큼 모든 팀은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김정환 SOPT 회장은 “A라는 이슈가 터졌을 때 B라는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닌 C D E를 생각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더 좋은 가치와 방향성을 추구하기 위해 SOPT 활동을 하고 있다. 솝커톤 이후에 진행되는 앱잼에서는 실제로 사업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SOPT에 모인 회원들은 딥러닝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을 좋아하고, IT 창업에 관심이 많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공부하지만, IT를 사랑하고 있다는 동일한 지점이 있다”며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획 코팅 디자인 등 모여서 작업할 공간이 필요한데, 아직 이 부분이 부족하다. 창업을 원하는 대학생에게 공간을 지원해주거나 스터디룸을 빌릴 수 있게 해주는 등 공간적 지원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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