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세특 90%가 허위… 교사도 거대한 사기극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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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11-0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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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범대·교대 졸업하고 임용고시 합격해야만 교사 자격 획득…이후엔 평가 없이 평생 재직

  • 교사 전문성 개발하는 노력 부족해…선진국 교원 양성체제는 ‘전문직’ 양성에 투자

  • 자리만 잡고 있는 교사 문제 심각…전 교과에서 토론식 수업하는 교원 양성 시급

  • 대입제도 뜯어고치기보다는 고교 정상화 위한 교원 양성 우선돼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기재는 교사의 교육적 권위이자 교사가 학생을 보증한다는 증표다. 나는 학생이 써온 교과별 보고서를 보고 토론을 시켜 교과 관련 활동을 정말 했는지 확인한다. 학생 10명 중 9명은 소설이다. 절대로 세특에 기재하지 않는다. 그때부터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고 교장의 압박이 시작된다. 이런 현실을 동료교사마저 외면하지만 대학은 소설 세특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제대로 세특을 기재하는 교사는 1%가 안 될 거다. 이 거대한 사기극에 교사가 동참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남 소재 일반고 3학년 담임교사의 고백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시대는 지났지만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려면 여전히 사범대, 교대를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산업화 시대의 교원양성체제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미래교육을 책임질 전문성을 가진 교사를 양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사의 전문성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유럽이다. 유럽 국가에서는 교사의 전문성이 학부모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인정된다. 독일은 사범대 학부 4년 과정을 이수하고도 교사 자격증을 획득하기 전 2년간 수습기간을 보내야 한다. 수습기간의 평가와 임용고사 자격시험 점수를 합산해 교사를 선발한다. 이걸로도 부족해 보통 사범대 졸업 후 대학원 과정을 밟는다. 핀란드,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유럽 국가의 교사가 비슷한 과정으로 선발된다.

유럽 교사의 전문성은 고교졸업시험에서 확인된다. 독일 교사는 토론과 논술 능력이 탁월하기에 독일의 고교졸업시험인 ‘아비투어’ 문제를 출제할 정도로 우수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대학 교수가 출제하는 국내 상황을 보며 교사들이 ‘교사 패싱’ 논란을 해마다 제기하지만, 유럽 교사는 전문직 중의 전문직이라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더미래연구소]

주요 선진국들은 일반대학과 별도의 교원양성기관에서 교원 양성이 이뤄진다. 임용 시험 후 장기간의 수습 및 훈련 기간을 둬 교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엄밀하게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교대와 사범대라는 특수대학에서 교원 양성이 이뤄지고, 임용시험의 문턱은 높지만, 일단 시험에 합격하면 어떠한 교육 훈련 과정 없이 교육 현장에 즉시 투입되는 문제점이 있다.

교사가 되고 나서가 더 문제다. 교감, 교장 등 승진을 원하지 않는 교사는 퇴직 때까지 별다른 평가 없이 평교사로 재직하는 구조다. 5년마다 학교를 옮기는 현 공립 교사 순환 구조에 따르면 별도의 전문역량 개발 없이도 평생을 교사로 재직할 수 있다. 더군다나 검인정 교과서 체제인 우리나라에서 대입 위주 교육을 하는 교사는 학생과 미래교육을 위한 전문적인 역량을 개발해야 할 이유나 유인책도 없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원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3년차부터 격년으로 연수를 실시해 전문 역량을 키우자고 주장한다. 핀란드에서 실시하는 1교실 3교사 제도가 국내에서 실패한 이유로는 교사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교사들이 서로 불편해한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한 교실에서 학력 수준이 다른 학생들에게 각기 다른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수학습법을 아는 전문적인 교사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교사 입직경로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도 교원자격증이 없어도 진로적성과 관련된 실기 과목에서 교사로 임용이 가능하지만, 교사들과 융화가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기술 장인으로 특성화고에서 교사로 재직했던 한 교사는 “정년 보장이 안 되는 건 둘째 치고 교사 내부의 폐쇄적인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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