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성준 펀다 대표 “P2P는 분석방법의 혁신…새롭게 시도할 분야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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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19-10-2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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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은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무거울 수밖에 없는 반면, 핀테크 기업은 혁신을 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새롭게 시도할 분야가 정말 많다.”

자영업 P2P(Peer to Peer) 대출 플랫폼 ‘펀다(FUNDA)’를 창업한 박성준 대표는 24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P2P 시장은 더 커져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향후 P2P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자신감에 찬 발언이다.
 

박성준 펀다 대표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 대표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주의 P2P 시장에서 자영업 대출이라는 영역을 구축했다. 펀다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 자영업자에게 개인투자자를 연결해주고, 개인투자자에게는 연 10%의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1190억원이 넘는 대출을 중개해줬고, 현재 자영업 P2P 대출 1위다.

그는 두 번의 창업 끝에 펀다를 만들었다. 그는 2003년 아이토닉이라는 3D 게임 개발 소프트웨어 회사로 처음 창업을 시작했지만 2008년 사업을 접었다. 이어 2011년에 모바일 솔루션 서비스인 ‘위패스’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나인플라바로 다시 시작했다. 위패스는 기존의 종이 쿠폰을 모바일로 옮겨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그는 이때 자영업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나인플라바 사업) 당시 자영업자를 상대로 마케팅을 하려고 했는데, 자영업자들이 한 달에 5만원 내는 것도 힘들어하더라”며 “망해가는 상점이 아니더라도 자영업자들은 수입과 지출 계획이 타이트하게 짜여 있어 지출이 조금만 늘어도 벅차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에게 돈을 받지 말고, 돈을 빌려주자고 생각했다”면서 “P2P 대출을 통해 자영업자의 수입과 지출의 시기적인 불균형을 메워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펀다는 상점의 매출을 분석해 자영업자에게 신용대출을 해준다. 매장 내 포스(POS)기를 통해 매출을 스크래핑하고, 과거 매출 트렌드를 분석해 미래 매출을 예측하는 것이다.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8개월까지 연 9~12%의 중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주 타깃은 ‘동네 음식점’이다. 박 대표는 이들이 신용등급이 낮아서 1금융권에서 대출받기는 어렵지만 매일 매출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대표는 “머신러닝을 통해 카드 매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서 앞으로 매출이 어떻게 되겠다는 예측을 하고, 매출 가운데 일부를 대출해주는 시스템”이라며 “미래 발생할 카드 매출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상환 의지의 불확실성도 해소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펀다는 최근 동산 담보 대출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가령 의류업체의 경우, 겨울 상품 생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름 상품을 담보로 대출을 하는 식이다. 주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하며 금리가 연 16~18%로 다소 높다.

펀다는 2017년부터 BC카드의 지분투자를 받아 협업하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는 상점 하나하나의 매출 데이터를 파악하고 있지만 카드사는 상권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해당 상점의 미래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에는 금융위원회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됐다. 펀다가 분석한 상점 데이터를 기업은행에 제공하고, 기업은행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박 대표는 “기업은행과 협력을 통해 자영업자 대출 시장을 넓혀 가겠다”고 말했다.
 

박성준 펀다 대표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처럼 자영업자 입장에서 펀다는 별도의 서류를 준비하지 않아도 중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펀다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세이프 플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세이프 플랜은 자영업자에게 대출해주면서 일정 금액을 부실 준비금으로 적립한 펀드다. 연체나 부도가 발생했을 경우 투자자를 보호해준다. 상점들이 십시일반으로 내는 일종의 보험이다.

박 대표는 “현재 펀다의 부실률이 2.3%라고 해도 투자자가 전 재산을 하나의 부실 상점에 투자했다면 그 투자자는 100%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며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충당금을 적립하는 세이프 플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펀다는 이달 말 유상증자를 통해 3기 세이프 플랜 기금을 증액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다. 그는 “세이프 플랜은 대출자가 상환하는 동안 나눠서 충당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금액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며 “모자란 부분을 펀다 자본금으로 증액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펀다의 투자자는 20대부터 50~60대까지 다양하다. 사업 초기에는 수익률이 평균 13~15%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30대 남성 투자자들이 많았다. 현재는 리스크 헤지를 통해 이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투자자 층은 더 넓어졌다.

현재 국회에서는 P2P 대출 법제화가 진행 중이다. P2P 대출 시장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되고, 제도권으로 흡수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에서는 법제화를 앞두고 구체적인 시행령을 제정하기 위해 업계와 소통하고 있다.

박 대표는 P2P 대출 법제화와 관련해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P2P를 ‘다수의 개인이 다수의 개인에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제가 바라보는 P2P는 차주들에 대해 금융기관과 다른 데이터를 가져와서 새로운 방식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대출(렌딩)에 적용하는 ‘디지털 렌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P2P를 피어(peer) 투 피어라고 규정해 버리면 개인투자자와 차주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판단에 그친다”며 “더 넓게 봐야 혁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펀다를 일종의 금융 컨시어지(concierge service)에 비유했다. 상점의 니즈(needs)를 끊임없이 파악하고, 하나씩 메워가는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내년 목표로 대출 중개를 3~4배 늘려 자영업 대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완전히 굳히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저희와 같은 핀테크 기업이 혁신을 하고, 이 혁신이 안정되면 기존 금융권에서 흡수한다. 그러면 저희는 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 있다”며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면서 P2P라는 시장은 계속 커져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펀다 대표
△서울대 전자공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3년~2008년 아이토닉 대표
△2011년~2015년 나인플라바 대표
△2015년~현재 펀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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