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의 파르헤지아②]정부의 언론개혁은 위험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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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9-10-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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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개혁(改革)'이란 말만큼 오해받고 있는 것도 드물 것이다. 개혁은 자주 '옳은 것' 혹은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개혁 자체에는 옳고 그름이 있을 수 없다. 개혁의 목표나 대상이나 방법이나 시기와 같은 구체적인 것에서 가치의 차이가 생겨난다.

개혁은 자연적인 변화나 발전에 비하여 빠른 속도로 그리고 인위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가리킨다. 개혁은 그 인위성 때문에, 개혁으로 손해보는 집단의 저항이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개혁은 대개 본질적인 변화나 급진적인 변화가 아닌 점진적인 변화에 가깝다.

언론개혁이란 말은 가능한 개념인가. 언론은 언론 바깥의 누군가가 개혁할 수 있는 대상인가. 권력이 팔을 걷고 나서서 언론을 손보겠다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개혁으로 부를 수 있을까. 권력이 언론을 손보려는 까닭은 언론은 본질적으로 권력을 비판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권력을 비판하는 일에 좀 더 신중하도록 바꾸는 일은, 언론개혁일 수 있을까. 개혁이 그 '결과'나 목표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보자면, 이것은 개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언론은 '자유'를 제도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를 감시하고 권력을 비판하고 압제에 저항하는 일은, 국민 혹은 시민의 '자유'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행위다. 그 국민적 자유를 제도화한 것이 언론이란 얘기다. 언론은 정부의 정치 행위 안에 있지만, 이 자유의 제도를 정부가 멈추게 할 수는 없으며 뒤집을 수도 없다. 정부의 부처 조정이나 기업의 구조조정처럼 할 수는 없다. 언론은 조정할 만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천적 관행으로 존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압제나 계도로, '언론 자유'를 육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언론개혁은 언어도단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언론이 부당한 정치행위와 사회행위, 혹은 경제행위를 하는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든 바꿔나가야 하는 과제는 엄연히 존재한다. 이번 조국 사태와 관련해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언론에 관한 발언은 그런 점에서 유심히 들을 만하다. 대통령은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면서 '자기 개혁'을 주문한 것이다.

대통령이 주문한 '언론 개혁'은, 조국 갈등 속에서 드러난 언론의 역할들에 대한 일정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읽을 수 있다. 그 불만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의 의욕과 취지에 반하는 비판 보도들과 정치적으로 불편한 내용들을 두드러지게 배치한 담론 생산행위들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그 반대에 가까운 언론행위까지를 비판에 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정치적 비판'의 불편을, 바꾸는 것이 언론개혁이냐의 문제는 '시민자유'의 본질을 묻는 것과 같은 맥락일 수 있다.

물론, 이번 일련의 사태 속에서 언론의 보도 행위가 전체적으로 적절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성찰은 필요할 것이다. 대통령이 말한 '그 절박함'이라는 표현이 언론의 위기를 말하는 것이라면, 그 낱말이 아우르는 상황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되, 이번 사태를 아울러 언론이 그 '위기'를 가중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인식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자유'가 권력에 맞서 있을 때, 자유의 신중함이나 자제를 주문하는 것은 맞지만, 자유를 포기하라는 권유는 부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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