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삼켜버린 돼지열병...'세계 단백질시장 패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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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19-10-1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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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발 ASF에 돼지고기 파동 가시화...빠른 확산·장기화로 가격급등 우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을 휩쓸면서 전 세계 ‘돼지고기 파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ASF는 치사율이 100%에 달하지만 치료약은 물론 예방백신조차 없는 동물 전염병이다. 1900년대 초 아프리카에서 처음 확인돼 '아프리카'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대신 유럽이 주요 발병지로 부상했다. 동유럽에 집중됐던 것이 얼마 전 서유럽 중심지인 벨기에까지 도달해 유럽연합(EU) 관계당국이 바짝 긴장해 있다. 미국은 발병 사례가 없지만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ASF는 지난해 8월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발병한 후 현재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북한에 이어 한국까지 퍼진 상태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ASF 사태 장기화와 아시아 지역의 빠른 확산세가 맞물리면서 돼지고기 파동이 점차 ‘단백질 파동’으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기게 실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발 돼지열병, 글로벌 돼지 블랙홀로··· 가격 급등세

돼지고기 파동의 중심은 중국 대륙이다. 올 들어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ASF 여파로 돼지 사육량과 함께 돼지고기 공급이 급감한 탓이다.

11일 기준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은 ㎏당 36위안(약 6000원)으로 지난달 대비 26% 급등했다. 지난해에 비해 105% 이상 오른 것이다. 올해 초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가 내놓은 연내 최고 전망치인 33위안을 훌쩍 넘어섰다.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 급등세의 여파는 세계 시장으로 미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물량을 대거 늘리고 있는 탓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규모를 역대 최대로 늘렸다. 최근 1주일 동안 수입한 물량이 지난 9월에 수입한 물량의 7배가 넘는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유럽에서도 돼지고기 수입을 크게 늘렸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영국산 수입규모는 작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고, 올 상반기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 규모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 늘었다. 이 여파로 EU 돼지고기 가격은 최근 1년 새 25%가량 뛰었다.

문제는 중국의 상황이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으로 ASF의 피해를 줄이고 있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와 달리 ASF를 막기 위한 중국 당국의 노력이 번번이 실패하면서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이 연내에 65%가량 줄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내년 춘제(설 연휴) 수요를 위한 재고 확충이 맞물리면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본다. 

◆베트남에서도 돼지고기 가격 급등··· "세계 '단백질시장' 패턴 바뀐다"

다른 아시아 발병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중국 못지않은 돼지고기 소비량을 자랑하는 베트남에서도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베트남의 육류 소비량 중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5%에 달한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에 따르면 지난달 베트남의 평균 돼지고기 가격은 ㎏당 4만500동(약 2400원)으로 전달 대비 20% 늘었다. 중국 접경지역의 돼지고기 가격은 6만동을 넘어섰다.

베트남 동나이성 축산협회 관계자는 "베트남의 ASF 발병과 더불어 중국의 베트남산 돼지고기 수입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돼지고가 가격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는 올해 베트남의 돼지고기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최대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 ASF가 발병한 아시아 국가들의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 소고기와 닭고기 등 다른 육류의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글로벌 축산 전문가인 알리스테어 드라이버는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ASF가 세계 단백질 파동을 몰고 올 것"이라며 "이는 단기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단백질 시장의 패턴을 뒤바꿔 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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