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인사이드]한류의 그늘,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중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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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입력 2019-10-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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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대형유통업체...'한류' 편승 가짜 한국제품 버젓이 노출

  • 뚜렷한 법적처벌 방안 없어...베트남 소비자 인식제고 필요

베트남 한류 열풍이 더 이상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잡으면서 역풍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제품 품질이 뛰어나다는 인식이 각인되면서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제품들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팔리는 경우가 빈번해 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 내 중국산 제품이 쏟아지면서 일명 ‘박스갈이’나 ‘스티커 교환’ 등을 통해 중국산 제품이 버젓이 한국제품으로 둔갑해 팔리고 있다. 앞서 국내 언론들과 베트남 언론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대대적인 보도를 전하기도 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베트남 당국 또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명백한 지식재산권 침해가 아닌 이상 지속적인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베트남 지식재산권 관련 법령이 이미 존재하지만 법규를 교묘히 피한 모방제품에는 관련 법 적용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무무소, 베트남 전역 수십개 매장 세워...'한국' 이미지 활용
베트남 지재권 강화에도 교묘히 법적 테두리 벗어난 '모방캣' 양산


논란의 중심에는 ‘짝퉁’ 한국제품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생활용품점 무무소(MUMUSO)가 있다. 무무소는 '무궁생활'이라는 뜻을 알 수 없는 한글 브랜드로 베트남 전역에 수십개의 매장을 내고 있다. 오픈 행사를 할 때도 한복을 입은 직원들을 앞세워 홍보에 나서고 모든 제품군에 한국어 설명서까지 붙여놓았다.

무무소는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브랜드다. ‘시아 춘래이’라는 중국인이 대표이자 창업자다. 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또한 98% 이상이 중국산이다.
 

호찌민시의 한 무무소 매장 전경[사진=김태언 기자]

무무소는 중국뿐 아니라 북미, 중동, 동남아시아 등 세계 전역에 수백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베트남에도 이미 28개 매장을 열었다. 무무소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베트남 로컬지역만 아니라 도심의 고급 아파트 상가와 주거지까지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문제는 무무소의 모든 제품설명이 한글을 전면에 표기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특정 브랜드를 도용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을 충분히 연상시킬 수 있는 태극기, 무궁화 등 로고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제품을 한국산으로 혼동하게 만든다. 베트남에서 중국제품의 저품질 이미지가 고착화하면서 자체 브랜드를 포기하고 '한류'에 편승해 한국제품 모방에 나선 탓이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무무소는 일정한 법률적 자문을 받아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변경된 베트남 지식재산권 법령에서 최대한 벌금을 피할 수 있도록 짝퉁 제품이 아닌 모방 제품을 만들어 유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뿐 아니라 소위 '카피캣' 형식의 한국산 식품도 베트남에 횡횡하고 있다. 중국산 초코파이와 신라면, 메로나 등은 이미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심지어 과일 등 신선제품까지 한국산으로 둔갑한다. 과일의 경우 겉모습만으로 원산지 구별이 힘들다는 점을 노린다. 업자들은 한국산 딸기와 배가 베트남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자 중국 과일을 수입한 뒤 치밀하게 박스는 물론, 과일에 둘러질 띠지까지 한국산인 것처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특히 반중(反中) 감정이 적지않은 베트남에서 한국 이미지 차용은 그들에겐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베트남의 일반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베트남 내 모방 한류제품은 '정관장부터 갤럭시까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모방 제품이 활성화 될 경우 전반적인 한국제품의 품질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한국의 이미지가 한 순간에 실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베트남 내에 이런 짝퉁 한국산 제품이 퍼지고 있음에도 뚜렷한 해결책이 아직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명백한 상품권 및 특허권 침해가 아니라면 법적인 제재가 어렵다는 것이다.

최지웅 법무법인 아세안 대표 변호사는 "기존 한국제품을 카피하는 것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적용해 볼 수 있지만 단순히 한국이미지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진행된 무무소 단속 또한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베트남 내 지식재산권 침해에 따른 처벌이 아닌, 베트남 소비자에 대한 기만적인 행위를 사유로 한 것"이라며 "베트남 관할 당국은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패널티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베트남 공안당국이 한국정부의 요청과 한국기업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지재권 단속을 벌였지만 적발건수는 수건에 불과했다. 무무소 역시 수사대상이 됐지만, 지재권 위반이 아닌 소비자 기만을 이유로 벌금형만이 내려졌다.
 

베트남 국영방송 VTV가 무무소 논란에 대한 보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VTV 방송 캡처]

최근 베트남 역시 기본적인 지식재산권에 대한 법령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국제 규격에 비교해보면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법령이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베트남 소비자들의 지재권에 대한 인식 아직은 크게 향상되지 못한 상태다.

최정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하노이 지사장은 “베트남 내에서 일어나는 한국 이미지 무단사용에 대해서는 지재권 관련 신고나 단속이 미비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소비자들이 제품구입 단계에서 원산지 확인을 철저히 하는 것만이 한국산을 표방한 저가 중국산 제품으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며 “한국정부 차원에서도 베트남이 원산지 관리에 보다 신경 쓸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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